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보건복지부가 26일 발표한 ‘필수의료 의료진 배상보험료 지원 사업’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산의회)가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실효성 확보를 위한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국가 책임 강화한 전향적 정책…그러나 현장 적용엔 한계
정부는 이날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의 배상 부담 완화를 위해 12월 12일까지 배상보험 가입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전문의의 경우 2억 원을 초과한 15억 원 배상액까지 보장하며, 연 170만 원의 보험료 중 150만 원을 국가가 지원해 의료기관 부담은 연 20만 원에 불과하다.
산의회는 “국가가 배상책임보험료의 약 88%를 직접 지원하고 배상 한도를 기존 통상 1~3억 원에서 최대 15억 원까지 상향 조정한 것은 ‘자력 구제’ 방식에서 ‘사회적 안전망’ 구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액 국가배상제가 아닌 보험료 지원 형태라는 점과 2억 원이라는 높은 자기부담금 등 현실적인 아쉬움이 존재한다”며 세 가지 중대 결함의 보완을 요구했다.
◆2억 원 자기부담금, 소규모 의원엔 ‘감당 불가’…규모별 차등 적용 필요성 제기
산의회가 지적한 첫 번째 문제는 높은 자기부담금이다.
정부가 도덕적 해이 방지를 명목으로 설정한 2억 원의 자기부담금은 대형 병원에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지만, 저출산과 저수가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지방 소규모 분만 의원에는 여전히 치명적이다.
산의회는 “현금 2억 원의 일시 배상은 동네 산부인과에게 ‘폐업 선고’와 같다”며 “‘보험이 있어도 망할 수 있다’는 공포가 존재하는 한 분만 인프라는 되살아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자기부담금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단년도 예산의 불안정성…법적 의무 지출로 전환 필요…장기 소송 현실 고려 안 돼
두 번째 문제는 사업의 지속성이다.
이번 사업 예산은 2025년도 신규 사업으로 책정된 약 50억 원 규모의 단년도 예산이다.
그러나 의료사고 소송은 통상 4~5년 이상 소요되는데, 예산 사정에 따라 지원이 중단되면 고액의 보험료와 배상 책임은 다시 의사 개인의 몫이 된다.
산의회는 “이번 발표가 단순한 ‘시범 사업’에 그치지 않도록, 필수의료 지원을 법률에 명시하여 국가의 영구적인 책무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요청했다.
이어 “1년짜리 예산이 아닌 법적 의무 지출로 전환되어야만 의료진이 안심하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형사 면책 없는 배상 지원은 ‘반쪽짜리 대책’
산의회가 가장 강조한 세 번째 문제는 형사 처벌 면책의 부재다.
한국 의료계가 겪는 가장 큰 고통은 민사상 배상이 아니라, 선의의 의료행위 결과에 대해 형사 처벌을 가하는 과도한 사법 관행이라는 주장이다.
산의회는 “배상금이 해결된다 해도, 의사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입건되어 수년간 수사와 재판을 받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의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돈을 물어주는 것’보다 ‘전과자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종합보험 공제 가입 시 중과실이나 고의가 없는 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환자 단체의 반발과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입법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산의회는 “형사 면책 없이 민사 배상 한도만 늘리는 것은 자칫 소송 가액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적극 참여하되, 법제화·형사특례 조속 제정 촉구”
산의회 김재연 회장은 “이번 보험료 지원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이것이 끝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돈으로 막을 수 없는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 조속한 제정을 통해 의사들이 감옥 갈 걱정 없이 오직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에만 전념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촉구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으로 충분하고 신속한 피해 회복을 전제로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배상보험 가입을 희망하는 의료기관은 12월 12일까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또는 현대해상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2025년 필수의료 의료진 배상보험료 지원 사업 개요는 (메디컬월드뉴스 자료실)을 참고하면 된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