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전공의들이 근무환경 개선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으며, 정부의 72시간 시범사업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 시범사업 “지켜진다” 79%…실제 준수율은 42%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의 제1차 근로실태조사에서 72시간 시범사업 참여병원 소속 응답자 555명 중 79.3%인 440명이 주 72시간, 연속 24시간 근무제가 지켜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들의 실제 근무시간을 확인한 결과 440명 중 135명이 1주일 평균 7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재계산하면 시범사업 준수율은 57.8%로 떨어지며, 42.1%는 여전히 주 7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응답자들이 시범사업 내용을 몰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자신의 근무시간을 정확히 계산하지 않았거나 시범사업을 준수하는 것으로 착오를 일으키는 요소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병원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미참여병원 소속 응답자 458명 중 41.7%가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었으며, 5.9%는 주 104시간을 넘는 초장시간 근로를 하고 있었다.
이는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주 52시간 상한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시범사업 참여병원 소속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미참여병원에 비해 현저히 짧은 것으로 나타나 72시간제 전면 도입이 근무시간 단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근무환경 개선 비관론 40%…낙관론의 2배
앞으로 근무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0%가 비관적으로 답했다.
반면 낙관적 응답은 18.7%에 그쳐 비관론이 낙관론의 두 배 이상이었다.
중립 응답은 41.4%였다.
5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 ‘전혀 그렇지 않다’가 16.4%, ‘기대하지 않는 편이다’가 23.6%로 부정적 응답이 우세했다. ‘매우 기대한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전공의법 제정과 72시간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부 정책의 실효성과 병원 측의 개선 의지에 대한 불신, 내부 역량 소진으로 인한 피로감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 우선 과제 1순위는 ‘72시간제 전면화’ 52%
노조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복수 선택)에서는 ‘72시간 시범사업을 철저히 준수하고 모든 진료과로 확대’가 51.9%로 1순위를 차지했다.
이어 임금 인상 25.5%, 1인당 환자 수 제한 25.6%, 전공의법 신속 개정 24.4%, 연차·병가의 자유로운 사용 20.4%, 법정 휴게시간 보장 14.9%, 임신·출산 전공의 안전 보장 13.2%, 전공의에 대한 폭언·폭행 근절 11.6%, 방사선 피폭 대책 마련 3.6% 순이었다.
20명의 응답자가 주관식으로 추가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의들의 전공의 교육 모니터링, 온콜 수당 등 실제 근무에 따른 수당 지급, 수련·휴게공간 등 근무 인프라 개선, 전공의 공백을 전공의가 메우는 악순환 극복, 정부 차원의 수련·교육 과정 일원화, PA 확대의 한계 명확화, 사법리스크 해소 등이 포함됐다.
◆ “72시간제 전면화로 악순환 끊어야”
보고서는 “시범사업 참여병원 응답자들이 실제 근무시간과 달리 대체로 ‘시범사업이 지켜지고 있다’라고 답한 이유는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72시간제 전면 도입이 근무시간 단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근로시간 단축은 전공의 건강은 물론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제도 도입을 최대한 앞당기려는 전공의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정책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또한 “전공의는 서로의 휴식이 서로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갇혀 있다”라며 “입원전문의를 포함해 업무 대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1인당 환자 수를 제한하여 과로의 악순환에 빠진 전공의들을 구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