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 newsmedical@daum.net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적 요인(SORL1, APCDD1, DRC7 등)을 대거 규명하고 여러 유전 요인이 함께 작용해 병이 생기는 ‘누적 효과 모델’이 제시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한국인 노인성 치매환자 코호트를 기반으로 유전정보와 뇌영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한국인 맞춤형 유전체·뇌영상 통합 연구…새 발병인자 규명
연구진은 한국인 치매 환자들의 전장 유전체(사람의 모든 유전 정보)와 아밀로이드 PET 뇌영상 자료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과 인지기능 저하를 직접 연관 짓는 유전 인자를 규명했다.
이를 통해 질병의 조기 예측과 정밀의학 기반의 치료 표적 발굴에 새로운 근거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IF 15.7)에 최근 2편이 연속으로 게재됐으며, 한국인 코호트를 활용한 알츠하이머병 예방·치료 기술 개발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유전체 연구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적으로 5천7백만 명 이상이 고통받는 대표적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유전적 요인이 전체 발병 위험의 약 6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대규모 유전체연관분석(GWAS)은 대부분 유럽인 중심으로 수행되어, 아시아 인구의 유전적 다양성과 특이적 변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또한 대부분의 유전체연관분석이 임상 진단만을 기준으로 수행되어, 실제 병리적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SORL1 유전자의 보호 효과 입증
이에 연구진은 한국인 대상 정밀 영상·유전체 통합 연구 플랫폼을 활용하여 뇌영상에서 확인된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 정보와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함께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SORL1 유전자가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억제하는 핵심 인자임을 밝혀냈다.
SORL1(Sortilin-Related Receptor 1)은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APP)의 세포 내 수송과 분해를 조절하는 유전자로, 기능이 저하될 경우 아밀로이드 축적이 증가하여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인종 통합 메타분석에서 APOE, CR1, FERMT2, SORL1 등 4개 유전자가 유의하게 연관됐다.
특히 SORL1(rs76490923)은 통합 분석에서 가장 높은 통계적 유의성(p=3.09×10⁻¹¹)을 보였다.
기능분석에서는 SORL1이 베타-아밀로이드 양성 미세아교세포에서 차등 발현됨이 확인됐고, APOE4 보유자에서도 SORL1 변이가 존재할 경우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 위험이 43~56% 감소하는 보호 효과가 관찰됐다.
◆누적 효과 모델 제시…맞춤형 치료전략 수립 기반 마련
연구진은 전장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새로운 유전 요인도 추가로 규명했다.
공통 변이 분석에서 APCDD1이 확인됐으며, 희귀 변이 분석에서는 흥분성 신경세포 특이적 조절 요소 내의 희귀 비부호화 변이가 인지기능 저하와 유의하게 연관됨을 확인했다.
특히 여러 유전변이가 동시에 존재할 경우 위험이 누적되어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하고, 이를 설명하는 ‘누적 효과 모델’을 제시했다.
APOE ε4 보유자 중 다유전자 부담이 높거나 구조적 변이를 가진 경우, 인지기능 저하가 더 심하고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가 유의하게 증가함이 관찰됐다.
이는 다양한 유전 요인들이 상호작용하여 질병에 누적적으로 기여함을 의미한다.
이 모델은 개인의 유전적 조합에 따른 발병 예측과 맞춤형 치료전략 수립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서상원 교수 및 공동연구진(성균관대학교 원홍희, 조민영, 정상혁, 김준표, 고려대학교 안준용, 김찬희)은 “임상 진단 중심의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병리적 바이오마커(PET)와 유전체 정보를 결합해 알츠하이머병의 생물학적 기전을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가 정밀한 위험 예측과 맞춤 치료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성과는 국가주도로 구축한 코호트와 데이터 인프라가 중요함을 입증한 사례”라며, “질병관리청은 앞으로도 국가 단위의 코호트 장기 추적조사 연구를 계속 지원해 나가고, 더불어 유전체·임상·영상 정보를 통합한 연구를 적극 지원해 치매를 비롯한 주요 만성질환의 조기 예측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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