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등 담배회사 3곳을 상대로 제기한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항소심 12차 변론을 한 달 앞둔 가운데, 의학계에서 건보공단 소송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 대한간학회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는 과학적 사실”
대한간학회는 지난 22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는 과학적으로 확립된 사실”이라며 “건보공단이 제기한 담배회사 대상 항소심 소송에 전적인 지지와 성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간은 담배 연기 속 독성물질을 대사하고 해독하는 기관으로, 흡연으로 인한 직간접적 손상에 취약하다”며, ‘담배회사는 제품의 중독성과 유해성을 알면서도 이를 축소·은폐하거나 경고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저니코틴·저타르 제품을 '덜 해로운 제품'으로 홍보해 소비자를 오도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건강검진학회, 대한비만학회, 대한내과학회 등도 건보공단 소송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비만학회는 성명에서 ”흡연은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며 ”건보공단의 담배소송 항소심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 국민건강 vs 개인선택 충돌
이 소송은 2014년 4월 건보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했다.
공단이 청구한 533억원은 20갑년 이상, 30년 이상 흡연 후 폐암, 후두암을 진단받은 3,465명의 환자에게 지급한 진료비다.
건보공단은 흡연과 질병 발생 간 인과관계가 명백하며, 담배회사들이 중독성과 유해성을 은폐·축소하고 흡연을 조장해 국민건강과 건보재정에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담배회사들은 흡연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며, 담배 유해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경고 문구로 고지됐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020년 11월 1심에서 흡연과 질병 발병 간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담배회사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건보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건보공단은 즉각 항소했으며, 현재 서울고법에서 심리 중이다.
◆ 항소심에서 비만 등 새 쟁점도 부각
항소심에서 건보공단 측은 흡연이 폐암뿐 아니라 비만, 특히 내장지방 증가와 관련이 있어 심혈관 질환, 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새롭게 부각하고 있다.
또한 담배회사들이 니코틴 중독성을 강화하고 유해성을 숨기려 했다는 내부 문건 등을 추가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5월 22일 12차 변론을 열어 양측의 최종 입장을 확인한 뒤 선고 기일을 지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소심에서 건보공단이 승소할 경우, 담배회사들은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으며 금연 정책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 반대의 상황이 생길수도 있다.
이 소송은 ’국민 건강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 ’기업의 영업 활동 자유‘ 간 가치 충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