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지난해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5대 상급종합병원의 의사 인력이 36%나 급감해 응급실 폐쇄와 수술 지연 등 의료 현장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 빅5 병원, 전례 없는 의료 인력 공백 직면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7,132명이던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의 전체 의사 수는 지난해 말 4,570명으로 35.92% 급감했다.
특히 서울대병원의 의사 수는 1,604명에서 950명으로 40.77%나 감소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어 세브란스병원(-37.77%), 서울아산병원(-34.79%), 삼성서울병원(-34.33%), 서울성모병원(-28.68%) 순으로 의사 인력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 :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의료 서비스 붕괴 현실화
의사 인력 감소는 실제 의료 현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응급실 평균 대기시간은 의정갈등 이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중증 환자의 타 병원 전원 사례도 급증했다.
▲ 응급의료 붕괴 현실화
빅5 병원 중 3곳은 응급실 운영 시간을 단축했으며, 중증 외상환자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월평균 120건이다.
특히 서울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부재로 응급실 담당 의사가 74% 감소해 중증 환자 수용 능력이 크게 저하됐다.
▲ 수술 및 진료 지연 심각
중증 질환 수술 대기 시간이 최대 6개월까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암 환자들의 경우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해 생존율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들이 생사가 걸린 수술을 받기 위해 지방이나 해외로 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전문의의 고군분투로 겨우 유지되는 의료체계
전공의 인력은 인턴이 97.29%, 레지던트가 89.92%, 전문의 수는 전년 대비 1.63% 감소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오히려 전문의가 1.65% 증가했다. 이는 전문의들이 전공의들의 업무까지 떠안으며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다는 증거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문의들이 전공의 업무까지 떠안다 보니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다. 이대로 가면 번아웃으로 전문의들까지 이탈할 수 있다.”라며, “의학 교육 및 연구 활동이 중단되면서 장기적으로 의료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의정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환자들이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중증질환자의 진료 접근성이 평균 42% 감소했고, 희귀질환 환자들의 적정 치료 지연으로 인한 건강 악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 양측 모두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속한 갈등 해결이 절실한 시점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