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루게릭병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돌봄에 사용하며 대부분 우울감을 느끼지만, 10명 중 7명 이상은 집에서 돌봄을 지속하길 희망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선영·조비룡 교수, 소아청소년과 김민선 교수팀이 집에서 생활하는 루게릭병 환자를 돌보는 가족 돌봄제공자를 대상으로 루게릭병 돌봄 실태 및 어려움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교수팀은 진단된 지 1년 이상 경과한 루게릭병 환자의 가족 돌봄제공자 98명을 대상으로 ▲돌봄 시간 ▲우울증 및 정서적 어려움 ▲돌봄 준비수준 ▲돌봄 역량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10명 중 6명은 기관절개술을 시행한 환자의 가족이었고, 환자와의 관계는 절반 이상이 배우자(60.2%), 나머지 대다수는 자녀(34.7%)였다.
이번 조사 결과, 가족 돌봄제공자의 돌봄 시간 중앙값은 평일 13시간, 주말 15시간으로 하루 중 절반 이상을 돌봄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90% 이상이 우울감을 호소했고, 10명 중 약 3명은 중증 우울증이었다.
가족 돌봄제공자는 신체적·감정적·서비스·스트레스·돌봄 활동·응급상황 준비·의학적 지식 등 8개 항목으로 평가한 ‘돌봄 준비수준(PCS)’이 32점 중 11점에 그쳐 돌봄 준비가 충분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어려운 상황·인식·자기 능력·자신감 4개 항목으로 평가한 ‘돌봄 역량(CCS)’은 16점 중 8점에 그쳐 돌봄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프] 선호하는 돌봄 장소 및 돌봄 장소로 집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 결과. 77.6%의 가족 돌봄제공자가 집을 선호한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는 ‘환자 및 돌봄제공자 모두에게 집이 편안해서,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병원 서비스가 불충분해서’, ‘가족이므로 같이 지내고 싶어서’ 순서로 많았음.
그럼에도 전체 가족 돌봄제공자 10명 중 7명 이상(77.6%)은 요양병원이 아닌 집에서 환자를 계속 돌보기를 희망했다.
집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로는 ‘환자 및 돌봄제공자 모두에게 집이 편안해서,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병원 서비스가 불충분해서’, ‘가족이므로 같이 지내고 싶어서’ 순서로 많았다.
또한, 가족 돌봄제공자들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전문 의료인이 직접 방문해 진료·간호 등을 제공하는 ‘재택의료’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조사 대상 90% 이상이 재택의료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는 ‘24시간 운영’, ‘루게릭병에 대한 전문성’, ‘원활한 의사소통’ 등이 있었다.
교수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집에서 지내는 루게릭병 환자와 지속적인 가정 돌봄을 희망하지만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 가족들을 위해 돌봄제공자 교육, 가정방문 의료서비스 등 재택의료의 확대와 단기돌봄 서비스 등 새로운 지원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선영 교수(제1저자)는 “집에서 지내길 희망하는 중증질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고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택의료 서비스 등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크다. 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재택의료 등 지원체계의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연구에 참여해주신 루게릭병 환자들의 가족 돌봄제공자들과 연구 진행에 도움을 주신 한국루게릭병협회 회원들께 감사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Muscle & Nerve’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보건복지부 주관 ‘환자중심의료기술 최적화 연구 사업(PACEN)’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책임자: 공공진료센터장 조비룡 교수, 과제고유번호: HC21C0115)
한편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 ALS)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면서 근육과 운동신경이 서서히 감소하는 치명적인 신경퇴행성질환이다.
질병이 진행될수록 거동이 불편해지고 인공호흡기 등 여러 의료기기에 의존하게 되어 돌봄제공자의 돌봄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집에서 생활하는 국내 루게릭병 환자와 그 가족의 돌봄 현황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적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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