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브리핑 중에 ‘의새’에 이어 여성 차별적 발언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의협비대위)는 “20일 진행된 보건복지부 정례 브리핑에는 혐오와 왜곡, 그리고 위헌적 폭력이 가득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여자의사회, 대한외과여자의사회 등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의협비대위 “박민수 차관은 사퇴하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인정하라”
▲여성 차별적 발언
우선 의협비대위는 박민수 차관이 브리핑 중에 “여성 의사 비율의 증가, 남성 의사와 여성 의사의 근로시간 차이, 이런 것까지 가정에 모두 집어넣어서 분석을 하고 있다.”라는 여성 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의협비대위는 “하루 전 ‘의새’라는 의사 비하 발언에 이어 이번에는 여성 차별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박민수 차관은 고위 공직자로서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인물이므로, 당장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와 동시에 자진사퇴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여성의 근로 능력을 낮게 생각하여 진행한 연구를 근거로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의 경우 오히려 여성 의사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마저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현 정책이 얼마나 허술한 근거에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교육에 문제가 없었다”…“사실 호도”
또 다른 문제는 복지부 차관이 브리핑을 통해 “1980년대에는 의과대학의 정원이 지금보다 많은 수준이었음에도 교육에는 문제가 없었다.”라고 말했고 이는 사실을 호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비대위는 “당시는 군사독재 시절 이루어졌던 졸업정원제의 영향으로 입학 정원이 많았던 것이고, 졸업정원제로 인해 당시 대학 교육이 얼마나 파행적이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문제가 없었다는 식의 거짓말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직서 제출한 전공의에게 업무 개시명령
또한, 이미 예고되었던 대로 어제와 오늘에 걸쳐 다수의 전공의들이 전문의의 길을 스스로 포기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일부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낸 직장에서 더 이상 일하는 것이 고통스러워 업무를 중단했지만 정부는 전공의 728명에게 업무 개시명령을 발령했고, 현재 업무 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는 757명이라는 것이다.
의협 비대위는 “사직한 근로자를 명령을 통해서 강제로 일하게 만드는 대한민국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대한민국 헌법 제15에는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되어있고, 직업 선택의 자유에는 직업을 그만둘 자유, 즉 퇴사할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본인의 자유 의사에 반한 강제 근로는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의료 기관에서만 의료 행위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라며, “개별적인 자유 의지로 사직한 전공의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행사한 것이고, 정부는 이미 사직을 하여 직장이 없는 의료인들에게 근로기준법과 의료법을 위반한 강제 근로를 교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행정부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효력이 부인되는 것이 법치주의 국가의 상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정책에 더 이상 의사로서의 희망이 사라져 스스로 그 길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악마화 하여 비난하고, 국가의 폭력적인 명령으로 강제 근로를 시키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정부가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한 집단에 폭력을 휘두르는 이 상황이 독재가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정부가 의사에게 내린 명령이 정당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은 사직의 자유가 없고 정부의 명령에 강제 근로를 거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의사들의 자율적인 선택인 의업에 대한 포기를 불법적인 행동으로 매도하지 말라. 국민을 볼모로 한 집단을 죽이고 있는 정부가 정당화 되는 국가라면, 앞으로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은 어떠한 미련도 없이 의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여자의사회 “성별에 따른 차별적인 시각” 유감
한국여자의사회도 박민수 차관의 발언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여성의사 비율의 증가, 그 다음에 남성의사 여성의사의 근로 시간의 차이 이런 것까지 가정에 다 집어넣어가지고 분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세밀한 모델을 가지고 추정을 한 것이고요.”라는 부분이다.
한국여자의사회는 “해당 주장은 근거 없는 성 차별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의료계 내 성 평등을 저해하는 무책임한 언급이다. 우리는 박민수 차관의 발언이 여성 의사들의 전문성과 노력을 폄하하고, 성별에 따른 차별적인 시각을 조장한다고 강력히 비판한다.”라며, “의료계는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을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여성 의사들 역시 그 어떤 성별적 편견 없이 자신의 전문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환자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차관의 발언은 여성 의사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어려움과 도전을 외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성별 간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적 노력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더욱이, 의료 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은 성별이 아닌 개인의 전문성, 경험, 그리고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성별을 기준으로 한 능력 평가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합과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박민수 차관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해당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한다. 또한, 우리 사회가 성평등을 기반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의료계 내에서도 성별에 기반한 차별 없이 모든 의사가 존중받고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외과여자의사회 “여성의사에 대한 차별발언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
대한외과여자의사회도 “보건복지부 차관이 공식적인 브리핑을 통하여 근거도 부족한 여성 의사에 대한 차별과 비하의 발언을 했다는 점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며 박민수 차관의 그릇된 인식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우선 박민수 차관의 발언은 의료계의 업무에 대한 이해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근거로 인용한 연구(Cooper et al. 2002)는 각 전문 분야에 따라 의사 인력의 생산성에 대한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일반화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무시한 의료 현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연구 결과라는 설명이다.
대한외과여자의사회에 따르면 필수의료의 한 분야인 외과에는 50% 이상의 여성 전공의가 밤을 지새우며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외과여자의사회는 “그렇다면 여성 의사의 존재가 외과 의사의 정원을 몇 배로 늘려야 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인가? 여성이어서 근무를 더 적게 한다거나 비효율적이라는 비하는 열악한 필수의료 현장 속에서도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하는 많은 여성 의료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에 대한외과여자의사회 회원 전체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며, “보건복지부 장관, 차관은 공식적인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양성평등기본법에 반하는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에 대해 국민 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전국의 여성 의사들과 여성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촉구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