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료 시대 본격화 시 향후 10년간 한국에서 약 60조원의 경제효과와 보건의료 전반에 걸친 사회·경제적 가치가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 L.E.K. 컨설팅이 13일 발표한 ‘정밀 의료 사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이 나타났다.
◆ 정밀의료 도입…2만개 일자리·32만년 생존기간 연장 효과
정밀의료는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정보와 질병 특성에 기반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유전자 치료제, 표적 항체 치료제, 약물-기기 복합 치료제, 정밀 진단 기술이 핵심이다.
이번 보고서는 L.E.K. 컨설팅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16인의 전문가 자문위원회가 '전체 시스템 이익 모델링'을 활용해 한국에서 정밀의료가 가져올 경제 및 보건의료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정밀의료가 본격 도입되면 2025년부터 2035년까지 치료 접근성과 임상시험 지원 차원에서 약 60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연구개발, 첨단 제조, 진단 분야에서 2만개 이상의 고숙련 일자리 창출과 약 360조원에 달하는 간접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보건의료 측면에서도 전체 환자의 누적 생존 기간을 32만 5천년 이상 연장하고, 보건의료 시스템 비용을 약 2.2조원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 암·희귀질환 치료에서 혁신적 효과 입증
▲ CAR-T 치료제, 림프종 초기 치료 시 획기적 성과 기대
정밀의료의 필요성은 암과 희귀질환처럼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질환에서 더욱 강조된다.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안정훈 교수는 “2022년 한 해에만 한국에서 23만 7천명이 암 진단을 받았고, 이 중 9만 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며 “전체 희귀질환 환자의 70% 이상이 최적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어 정밀의료가 새로운 치료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밀의료의 혁신적 사례 중 하나인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는 환자의 면역 세포인 T세포를 변형시켜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치료법이다. 한국에서 가장 흔한 림프종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전 대표 폴 리는 “CAR-T 치료제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초기 치료에 사용될 경우 치료 성과는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정밀 치료는 환자의 사회 복귀나 경제 활동 참여를 넘어 궁극적으로 완치 가능성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 혈액암 치료 시 3,390억원 의료비 절감 효과
스테파니 뉴이 L.E.K. 컨설팅 호주 대표는 “이미 4,000개 이상의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되어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정밀의료는 환자의 입원율과 후속 치료를 줄여 환자 부담은 물론 전체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혈액암 환자 1만 5,000명을 세포 치료제로 치료할 경우 약 3,390억원의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세포 치료제가 혈액암 초기 단계에서 사용된다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급여체계·데이터 활용 제한 등 해결 과제 산적
보고서는 한국이 정밀의료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복잡한 약가 정책 및 급여 체계, 유전체 데이터 활용에 대한 법적 제한과 관련 인프라 부족, 정밀의료에 대한 의료진 및 환자의 인식 부족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정밀의료의 잠재 효과를 실현하고 글로벌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규제 환경 조성, 유전체 데이터 기반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인프라 구축, 정밀의료에 대한 인식 제고 및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가격 및 급여 협상 과정에 환자 단체 참여 확대, 삶의 질 보정 수명 외에도 환자의 안녕과 노동시장 참여, 사회 복지 지출 절감 등을 평가 기준에 반영하는 의료기술평가 제도 개편, 정밀 치료 접근성 강화를 위한 진단검사 건강보험 보장 범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 한국에서 정밀 의료의 효율적 도입을 위한 권고 사항
안정훈 교수는 “정밀의료는 한국 보건의료 시스템에도 중대한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며 “정밀의료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뿐 아니라 전문 인력, 데이터 인프라, 산업계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정부, 학계, 산업계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정밀의료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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