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 PBM) 정착(implementation) 지침서를 발표했다.
◆ 혈액 건강, 전 세계적 공중보건 우선과제로 부상…30억명 이상 혈액 건강 악화 동반
WHO는 혈액 건강 상태 개선이 전 세계적 공중보건 우선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30억 명 이상이 철분결핍, 빈혈, 출혈 및 응고장애로 인한 급만성 혈액건강 악화 상태에 놓여있으며, 이는 생산성 악화, 의료비용 지출증가, 삶의 질 저하를 유발함으로써, 수십억 달러의 거시경제적, 공중보건적, 환자 수준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혈액건강 악화는 여성 건강, 모성 건강, 태아·신생아·아동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혈액 건강 악화는 인지 발달 장애 등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혈액건강 악화는 노인의 질병과 동반 질환을 악화시키는데, 사회 고령화에 따라 심각성이 가중된다.
혈액건강 악화는 수억 명의 외래 입원 환자의 이환율, 사망률 및 입원기간을 증가시킴으로써, 진단된 질환으로 인한 위험성을 배가한다.
혈액건강 악화된 환자는 잠재적 위험이 높고 용량-의존적으로 부작용을 증가시키는 의료행위인 ‘수혈’에 노출될 위험이 증가한다.
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태엽(대한수혈학회 회장,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전임 회장)교수는 “WHO에서 발간된 ‘PBM의 절박한 이행 필요성-WHO정책요약(The WHO Policy Brief: The urgent need to implement PBM)’은 빈혈, 출혈 및 응고병증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하면서도, 대부분 예방 가능한 그러나 아직은 과소평가된 공공 보건과 보건-경제적 분야에서의 해결과제라고 정의했다”고 설명했다.
◆ 8개-모델 기반 3-단계 국가별 구현 전략 제시
WHO는 PBM 정착의 어려움을 극복해주는 ‘8개-모델(8-model)’ 기반의 체계적 구현 방법론을 제시했는데, 두가지 주요 내용을 포함한다.
첫째, 관련성이 높은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킨 국가/관할구역이 PBM 정착을 위한 경로 제시이고, 두번째는, 특정 환자 집단과 다양한 자원 수준을 고려한 PBM 툴킷이다.
이를 통해 PBM 정착을 위한 포괄적인 시스템 구현이 가능해지고, 국가 의료시스템을 포함한 대규모 부문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국가/관할구역이 PBM 정착을 위한 경로는 크게 3단계(phase) 총 19개의 세부단계(step)로 구성된다.
▲1단계(Phase A): 국가/관할(지방정부) 의료시스템의 PBM 준비
총 10개의 세부단계로 구성되고, 우선 국가는 PBM을 국가 공식 정책으로 채택해야한다.
보건관련 최고부서에 PBM 위원회(PBM Commission)를 조직하고, 국가 및 관할 구역(지방정부)에 PBM 정착 태스크 포스(PBM implementation task force)구성하고. 정부 주도로 필요한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모든 구조적 변화를 수행한다.
여기에는 각국의 WHO와 연계된 품질 및 안전 프레임워크 내에서 PBM을 고정하고, 전문적 PBM 교육제공을 보장하며, 환자와 PBM옹호자들에게 혈액건강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고, 그리고 PBM 치료성과와 환자안전을 위한 이행을 포함한다.
또한 태스크포스가 PBM에 필수적인 의약품 및 기기에 대한 충분한 접근성을 보장하고, PBM 관련 서비스에 대한 보수 및 보상 체계를 마련을 수용해야 한다.
▲2단계(Phase B): PBM 시범 프로젝트 수행, 의료기관내 문화 변화
총 6개의 세부단계로 구성되고, 결과적으로 의료기관내 문화를 개선한다.
의료기관 수준에서 PBM 시범 프로젝트(pilot project)를 실시하고, 지역 PBM 우수사례(PBM 챔피언)들이 행정 리더십으로 구성된 의료기관 PBM 태스크 포스는 기관내 PBM 요구 사항에 맞는 구조적 변화를 구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아 PBM 임상 및 행정 프로세스를 만들고, 의료기관 내에서 PBM 정착을 시작하고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파일럿 프로젝트의 운영 및 결과를 측정하여 기관 경영진에게 보고된다.
의료기관 PBM 태스크포스가 기관내 4개 작업 스트림(△PBM 데이터 시스템 개발 및 구현, △PBM 교육 및 훈련 과정 개발, △혈액 건강 커뮤니케이션 개발, △임상 및 행정 PBM 프로세스 개발)을 관리한다.
▲3단계(Phase C): 국가/관할 규모의 PBM 확산
총 5개의 세부 단계로 구성되고, 성공적인 시범 프로젝트를 국가 PBM 참조 센터로 선정한다.
이를 통해 전국적 확산의 모델로 활용하고, 국가/관할 PBM 태스크포스가 의료기관의 PBM 치료효과 관련 데이터 수집, 보고, 및 벤치마킹를 의무화하고, 다학제 PBM 관련 의료진 자격 강화, 의료기관 PBM 역량 인증과 평가(audit)를 강화하며, 국가는 PBM 관련 연구와 개발에 투자한다.
◆ 3E와 3P 원칙 기반 추진 동력
PBM 정착 과정은 ’3E(증거, 경제학, 윤리)‘와 ’3P(건강 증진, 건강 보호, 질병 예방)‘를 추진 동력으로 한다.
▲증거(Evidence) 측면
PBM의 진단 및 치료 전략에 대한 빅데이터와 실제 증거, 후향적 및 전향적 위험 조정 관찰 연구, 무작위 대조 시험, 메타 분석 등이 개선된 결과, 안전성 및 치료 품질의 증거를 제공한다.
▲경제학(Economics) 측면
비용 효과성, 비용 제약 완화, 즉각적인 투자 수익률을 보여준다.
프랑스와 독일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PBM의 부분적 구현만으로도 이 두 국가에서 연간10억 유로 이상의 순 경비절약이 가능할 것으로 나타났다.
▲윤리(Ethics) 측면
사회 전체, 고위험 취약 인구, 개별 환자, 혈액 기증자에게 유익한 의료 모델을 신속히 구현해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다.
◆ WHO 지침서는 자원 수준별 맞춤형 툴킷 제공
WHO 지침서는 다양한 자원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위한 6개의 PBM 툴킷을 제공했다.
현재 세계은행 분류에 따라 저소득국(LIC), 중저소득국(LMIC)과 중고소득국(UMIC) 결합, 고소득국(HIC)을 위한 3개의 tool kit와 신생아학 및 소아과, 산과, 외상 부서를 위한 3개의 전문 툴킷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툴킷들은 일부 회원국이 지속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중등도에서 심각한 자원 제약을 특별히 고려하여 편집됐다.
특히 저소득국과 중저소득국에서의 빈도, 심각성 및 영향을 고려하여 외상(trauma) 출혈과 산과적 출혈에 대해 특별히 고려됐다.
◆ WHO 지침서…극한 자원 제약 속 효과적 구현 가능
김태엽 교수는 “WHO 지침서는 극한 자원 제약이 있더라도, 단일 또는 몇 개의 PBM 임상 전략을 적절하고 광범위하게 구현한다면 환자 치료 결과와 인구 건강에 상당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니제르의 사례에서는 전국적으로 산후출혈 예방, 조기 발견 및 감소 전략을 구현하여 2년 내에 산후출혈 관련 사망률을 최소 50% 감소시켰고, 이는 최소 6년간 지속됐다.
현재 니제르의 의료시설에서 원발성 산후출혈로 인한 산모 사망률은 9.53%로, 미국의 11%보다 낮은 수준이다.
케냐,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의 80개 병원에서 실시된 다중 구성 요소 개입에서는 산후출혈로 인한 심각한 출혈, 출혈로 인한 개복술, 출혈로 인한 산모 사망이 60% 감소했다.
김 교수는 “이 지침서를 통한 PBM정착은 수억 명의 환자를 위한 환자 결과를 개선하면서 치료 비용을 줄이고 거시경제적 차원의 규모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공중보건 당국은 PBM으로 절약된 수십억 달러의 의료비를 보편적 의료보장(UHC) 지원에 할당할 수 있으며, 이는 의료 분야의 궁극적인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이다”라고 설명했다.
◆ WHO 지침서…모든 국가 PBM 성공적 정착 위한 기반 마련 가능성 제시
WHO의 이번 PBM 정착 지침 발간은 각국의 자원 수준과 상황에 맞춘 단계별 구현 전략과 맞춤형 툴킷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모든 국가가 PBM을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증거, 경제학, 윤리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 접근법은 의료비 절감과 환자 안전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의료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PBM은 환자 중심의 체계적이고 증거 기반 접근법으로, 환자 자신의 혈액을 관리하고 보존함으로써 환자 치료 결과를 개선하고, 환자 안전과 역량강화 촉진를 촉진한다.
WHO는 “혈액을 단순한 연결조직, 상품, 의약품 또는 대체 유체로 취급하거나 간주하는 경우가 잘못된 관행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순환하는 인간의 혈액 이야말로 인체 장기의 모든 기준에 가장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른 어떤 장기 시스템도 제대로 기능하는 혈액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김 교수는 “PBM은 다른 장기나 장기 시스템에 부여해야 하는 것과 동일한 고려 사항으로 환자 자신의 순환 혈액을 관리하라는 의료 모델”이다며, “의료 전문가는 PBM을 이해하고 이를 치료의 표준으로 통합해야 하며, 대중과 환자는 혈액 건강의 개념을 이해해야 하고, 보건 당국은 혈액 건강과 PBM 정착을 공중 보건의 우선순위로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