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어느덧 재앙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의 경우 지난 17일 폐사된 멸종위기종(1급) 황새에서 AI 양성 반응이 나왔고, 천연기념물(327호)로 보호 중이던 원앙에서도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18일 원앙 8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로 인해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AI로 인한 닭·오리 등 살처분 양은 1,910만 8,000마리다. 2000만 마리 돌파가 눈앞이다.
특히 H5N6형 AI가 제주도를 뺀 전국으로 확산한 가운데 과거 우리나라에서 큰 피해를 냈던 H5N8형까지 동시에 발생했다.
국내에서 두 가지 형태의 AI가 동시에 발생한 것은 처음인데다, H5N8형이 이전 최악의 피해를 냈던 2014년에 발생한 유형이고 잠복기까지 길다.
이는 AI 발생 초기, 국정 공백 사태로 인한 늑장대응과 허술한 방역 대책으로 오히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간 전파 및 감염가능성에 한국은 안전한 것일까?
◆중국 17명 감염, 10명 사망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H5N6형은 지난 2014년 4월 이후 최근까지 주로 중국, 베트남, 라오스, 홍콩 등에서 유행한 AI 바이러스로 중국 광둥성(廣東省), 홍콩 등에서 유행한 것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는데, 이는 야생조류에 있던 저병원성 AI 바이러스 유전자와 재조합됐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17명의 감염자 중 10명이 사망했다.
이로 인해 인체 감염 우려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도 AI 감염지역이 넓어지면서 대도시도 AI 위험권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인체감염사례 및 사람간 전파사례도 없다”
지금 유행하는 H5N6형뿐만 아니라 과거 유행한 H5N1, HTN8형도 인체감염사례가 없다. H5N6형은 2014년 4월 이후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 아시아에서 유행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조류에 감염된 사람은 17명이고, 이중 10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사람간 전파사례는 없다.
H5N1, H7N9은 전 세계적으로 약 800명이 감염돼 300~400명이 사망했다. 이 유형의 AI는 드물게 사람끼리 전파됐다.
중국에서 H5N6형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사례가 나왔지만 특수한 사육, 도축방식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국의 경우 사람이 닭을 직접 도축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다량의 AI바이러스를 호흡기로 흡입하면서 발생했다는 점과 주거지와 가금류 사육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일반인은 야생조류나 AI발생농가와 접촉하지 않으면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도 “현재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AI는 2014년 이후 중국에서 매년 발생하고 있는 고병원성 H5N6아형으로 올해도 중국에서 10명이 발생하여 5명이 사망한 바 있으며 사람 간 감염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며, “질병관리본부에서는 AI 인체감염 가능성에 대하여 ‘감염된 조류에 노출되기 어려운 일반인의 감염 위험은 매우 적지만, AI 가금류에 직접 접촉한 고위험군은 산발적 감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농장종사자와 가금류 살처분 참여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각별한 예방대책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18일 안성을 방문해 가금류 농가 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살처분 현장의 인체감염 관리상황을 점검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사전 준비 및 대응 필요”
반면 중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사망사례가 발생되고 있고, 국내 AI 확산속도는 물론 전체적인 상황이 사람 전파가능성은 ‘0’라고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사람으로 감염 및 전파가 없었으면 좋겠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AI가 돼지에게 전파되고, 돼지 내에서 유전자변형이 발생한다면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또 “만약 발생하면 안되지만 이렇게 사람에 전파가 된다면 메르스 사태를 능가하는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메르스 사태의 경우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생하리라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국내에서 발생한 만큼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사전 준비 및 대응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련하여 질병관리본부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보건복지위·송파구병)에게 제출한 ‘전 세계 AI 인체감염 및 사망 현황’에 따르면, 1998년 이후 12월16일 현재까지 세계 각국에서 고병원성 AI 인체감염은 총 1,722명이며, 이중 45.6%인 78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H5N6아형 인체감염은 2014년 이후 중국에서 17명이 발생하여 58.8%인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H9N2아형은 1998년 이후, 중국, 이집트, 방글라데시 등에서 30명이 발생하여, 1명이 사망했다.
(사진 : JTBC 뉴스룸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