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의사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6월 3일 새벽 대전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자살기도 환자 이송 과정 중 경찰이 응급의료진에게 폭언과 협박을 가한 사건에 대해 9알 대전유성경찰서를 항의 방문했다.
◆ 사건 경위와 현장 상황
지난 6월 3일 새벽,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자살기도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환자의 119 수용문의가 들어왔다. 해당 병원은 기존 동일한 중증환자 처치로 인해 수용불가 상황임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무작정 해당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다.
환자분류소에서 경찰은 응급의료진에게 “호흡기내과 호출해라”, “당직교수 나오라고 해라” 등의 폭언을 쏟아냈다.
분류소의 응급의료진이 수용 불가 사유를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경찰은 이를 진료거부라며 법적 책임을 운운하고 형사입건까지 언급하는 부적절한 언행을 보였다.
◆ 의료계 “공권력 남용” 강력 반발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단순한 오해가 아닌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과 환자 안전을 무시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규정했다.
이형민 회장을 비롯한 의사회 관계자들과 김강현 대한의사협회 재무이사는 9일 대전유성경찰서를 항의 방문해 깊은 유감과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환자 이송 시 사전 수용가능 여부 확인은 적절한 응급처치 제공을 위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바”라며 “적절한 판단에 근거한 수용불가 통보는 진료거부가 아니며 형사입건 대상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은 경찰의 행위가 환자 치료에 미친 심각한 영향을 지적했다. 환자 처치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부당한 감정노동과 정신적 압박을 받았고, 이는 환자 치료 지연에 따른 심각한 안전 위협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응급실의 진료 결정은 환자 상태, 치료 자원, 병상 상황 등 복합적 요소를 고려한 전문가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무시한 채 무조건적 수용을 강요하는 것은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 응급의료체계 붕괴 우려
의료계는 이런 사건이 반복될 경우 응급의료체계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응급환자 수용을 위한 인프라 개선이나 투자 같은 근본적 개선 노력 없이 단지 응급실에 강제 수용만 강요한다면, 이송된 환자들은 사망할 것이며 현장 응급의료진들이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무조건 수용을 추진할 경우 응급의료진들이 현장을 떠나게 되고, 결국 응급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 4개 요구사항 제시
의사회는 ▲해당 경찰관과 책임자의 공식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철저한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경찰 대상 응급의료법 및 의료현장 이해 교육, ▲응급의료진의 전문적 판단과 환자 안전을 존중하는 상호 협력 문화 정착 등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경찰과 구급대, 응급의료진들은 모두 환자의 적절한 응급처치를 위해 함께 상호협력해야 함에도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상호신뢰가 떨어지고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응급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이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내며,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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