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종양내과학회(KSMO, 이사장 박준오)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지난 16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2025 춘계 정기심포지엄 및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항암제 허가 범위 초과 사용 제도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 항암제 오프라벨 사용의 핵심 문제
학회가 지적한 허가 범위 초과 사용(오프라벨)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안전성과 효과성 검증 부족이다.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사용으로 아바스틴의 심혈관 합병증과 같은 부작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오프라벨 사용 시 비급여로 처리되어 본인부담금이 100% 발생하며, 기존 급여 항암제를 병용할 경우 모두 비급여로 전환되는 문제가 있다. 실례로 200만원짜리 항암제를 병용할 경우 환자는 4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 행정 절차의 복잡성
다학제적위원회 협의와 심평원 사전승인 절차로 인해 치료 시기가 지연되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사용 내역을 반기별로 제출해야 하는 행정적 번거로움도 의료진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 접근성 및 제도적 한계
2018년 기준 승인 가능 의료기관이 71개소로 제한되어 있어 환자들의 접근성이 낮았으며, 신약 병용 시 각 제약사별로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렵다는 제도적 한계도 지적됐다.
▲ 법적 모호성으로 인한 갈등
의료보험 보상 기준이 불명확해 의료진과 환자 간 갈등 소지가 있으며, 제약사 간 협의 시 공정거래법 위반 우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 오프라벨 사용 현황
국내에서도 허가범위 초과 사용은 일부 허용되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 환자의 연령, 체중, 적응증 등 다양한 이유로 허가범위를 벗어난 약제 사용이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소아청소년과와 심장내과 등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다만 연구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사전 승인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대부분 비급여로 처리되는 실정이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신청한 허가범위 초과 사용 약제에 대해 심사를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 미국의 선진 사례 주목
학회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에서는 의학회 등 전문가 단체가 제시한 진료 가이드라인이나 권고안이 실제로 정부 정책이나 제도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완화의료호스피스학회(AAHPM) 등이 참여한 National Consensus Project(NCP)에서 개발한 임상실무지침은 완화의료 서비스의 질적 표준으로 널리 활용되며, 이 기준은 연방규정 및 Medicare 급여 기준 등 건강보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 의학회가 만든 권고안이 보험 급여, 질 평가, 의료기관 인증 등 다양한 정책에 직접 활용되며, 국가 차원의 공식 가이드라인은 법적·제도적 근거로 기능하기도 한다.
의료기술평가나 급여 결정 과정에서도 의학회 등 전문가 집단의 권고가 중요한 참고자료로 정책에 반영된다.
대한종양내과학회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국내 항암제 허가범위 초과 사용 제도의 개선을 위한 학회 차원의 권고안을 마련하고, 미국과 같이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이를 통해 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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