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필수중증의료에 ‘소아암’이 없는 이유는?…국내 진료 중인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67명 - 평균 연령 50.2세…4명 중 1명 4년내 정년
  • 기사등록 2022-09-11 15:31:34
기사수정

최근 중증필수의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소아암’은 어디에도 논의가 되고 있는 부분이 없다. 

이와 관련해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김혜리(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부교수)정책이사는 “이런거 만들어낼 여력이 없다”며, “정말 필수중증의료 의사들은 기자 간담회를 하고 보건복지부 담당자를 만날 시간도 여력도 없다는 게 문제이다”고 밝혔다. 

소아암 완치율은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소아암은 ‘암정책’, ‘소아청소년과질환’, ‘희귀질환’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깍두기 신세라는 주장이다.


현재 소아청소년 암환자들은 거주지의 대형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소아혈액종양 전문의의 부재로 소아청소년암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줄어드는 상황이고, 소아응급실도 문을 닫게 되면서 소아암 환자들은 열이 나면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치료 시작이 몇 시간이 지연되고 중증 패혈증으로 악화되어 중환자실로 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강원, 경북, 울산 지역 등 입원진료 불가능…향후 더 확대 예견 

2022년 현재 강원, 경북, 울산 지역은 전문의가 부재하거나, 최근에 교수들이 은퇴 후 후임이 없어 입원 진료가 불가능하다 (울산 지역은 은퇴한 교수 1명이 외래 진료만 시행 중이다). 

또 4-5명이 있는 지역도 각 병원별로는 1-2명에 불과한 인원이 근무 중이며, 항암 치료 중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료 중인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은 67명으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50.2세이다. 

이들 중 약 50%는 10년 내 은퇴 예정이지만 최근 5년간 신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는 평균 2.4명이어서 10년 후에는 소아혈액종양 진료 공백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국내 소아암 환자 5년 생존율 85%…환자 대부분 입원치료 필요 

현재 국내 소아암 환자들의 완치율, 생존율은 꾸준히 증가해 5년 생존율이 약 85%이다.

이미 소아청소년암의 경우 성인암에 비해 완치 생존율이 월등히 높고,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완치된 소아청소년암 환자들은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서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소아청소년암 환자의 경우 성인암에 비하여 매우 적은 수가 발생하지만, 조혈모세포이식,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면역치료, 뇌수술, 소아암 제거수술 등 치료의 강도나 환자의 중증도는 오히려 성인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히 외래에서 통원 치료가 가능한 환자군이 많은 성인암에 비해 소아청소년암 환자는 대부분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지방병원 소아혈액종양 전문의…주말도 없이 매일 입원 및 외래 환자 관리 

따라서 숫자가 적어도 입원 치료가 필요한 소아청소년암 환자가 있는 한, 365일 24시간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의가 병원별로 최소 2~3인 이상은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는 지방 병원에서는 1~2명의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주말도 없이 매일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 “사명감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 

병원에서 의사를 더 고용하면 되겠지만, 중증 진료를 할수록 적자인 우리나라 의료보험수가 구조와 소아청소년암 진료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전무한 현실에서 어느 병원도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를 더 고용하지 않고 있으며, 어느 의사도 주말도 없이 혼자서 중증 환자 진료를 책임질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몇 명 남지 않은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이 이러한 현실을 사명감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안전한 소아청소년암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고, 국내 소아청소년암 완치율 생존율은 점차 낮아질 위기에 쳐해 있다. 

저출산 시기에 출산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태어난 소중한 아이들을 한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도록 소아청소년암 치료에 국가적인 지원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의사의 절대수 증가? 군 필수의료진 보강 시도도 폐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신경외과 의사 부족과 외상외과, 점점 사라지는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병원 등처럼 소아청소년암 환자들을 365일 돌볼 수 있는 소아혈액종양 의사도 이와 같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혹자들은 의사의 절대수를 늘려서 중증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를 충원하면 될 것이라 말한다. 

이러한 의도로 과거 우리나라에서 육·해·공군사관학교 졸업생들을 의대에 정원 외로 편입시켜 군 필수의료진을 보강하기 위한 시도를 했었다. 

그러나 그들 중 군에 필수적인 중증의료과목인 외과, 신경외과를 선택한 이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피부과, 성형외과를 선택하여 이 제도는 폐지됐다. 

이러한 실패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의사의 수만 늘려서 필수 혹은 중증의료제도가 성공할 수는 없다.

◆서울지역 외 대부분 소아청소년암 환자들…절반이상 서울경기지역서 치료 

서울지역 외에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절반 이상의 소아청소년암 환자들이 타 지역(대부분 서울 경기 지역)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그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정책위원회, 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 분석]. 

이러한 상황은 2022년 현재 소아혈액종양전문의 전국 현황을 보면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혜리 정책이사는 “소아암을 진료하는 의료진은 출산장려 정책만 나오면 한숨이 나온다. 아픈 아이에 관심도 없으면서 아이만 나으라고 하면 뭐합니까”라며, “아무리 아이가 줄어도 1000명은 암에 걸린다. 50명이 정년 퇴직할때까지 36시간 연속 근무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아무도 이런 근무 환경에서 일하지 않을 것이다. 50대 선생님이 일주일에 3번 당직서고 36시간 연속 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누가 사명감으로 버틸 수 있을까요‘라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medicalworldnews.co.kr/news/view.php?idx=1510951796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대한근거기반의학회, 본격 창립…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 개최
  •  기사 이미지 한국녹내장학회, 2024년 ‘세계녹내장주간’ 캠페인 진행…학회 창립 40주년 국제포럼 예정
  •  기사 이미지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 “의사정원 증원 찬성”
대한골대사학회
대한두경부외과학회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위드헬스케어
캐논메디칼
올림푸스한국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