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부장검사 임관혁)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학교법인 인제학원(백병원)비리 사건을 수사한 결과 각종 비리가 확인됐고, 이 과정에서 前 이사장을 포함하여 2명 구속,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재단 운영 비리…간납업체 통한 독점적 물품 납품 및 병원 내 수익사업 관리·운영
前이사장 A는 간납업체 ‘ㄱ’를 설립하여 백병원의 커피숍·식당·장례식장 등 부대시설 운영은 물론 의료기기·부식·사무용품 등 각종 납품을 독점하도록 했다.
백병원은 최근 5년 동안 순이익을 올리지 못한 반면 ‘ㄱ’ 간납업체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백병원 운영 수익이 모두 前이사장 A가 지배하는 간납업체로 귀속되었다.
문제는 前이사장 A의 위임을 받아 실제 위 간납업체를 운영한 B가 이 같은 독점권을 이용하여, 커피숍·장례식장 등 부대시설에 입점한 업체 및 의료기 납품업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하여, 이 중 10억 원 이상을 前이사장 A에게 상납하고, 자신도 3억 원 이상을 개인적으로 수수했다.
특히 의료기관 개설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도매상 사이에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는 약사법 제47조 제4항 규정(친족도매거래제한법)이 지난 2011년 6월 7일 신설되어 2012년 6월 8일부터 시행되었다.
하지만 B는 백병원에 의약품을 독점 간납하는 ‘ㅅ’ 약품(주)이 前이사장 A가 지배하는 (주) ㄱ의 주식 16.5%를 보유하고 있어, 위 약사법규정 제한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의약품을 납품하기 위해, 위 주식 16.5%를 A 일가(一家) 및 B 명의로 매수하기로 하고, 해운대 백병원 장례식장 내부 시설공사를 위해 (주) ㄱ이 투자받은 30억 원을 위 주식매수대금으로 사용했다.
◆의약품 납품 비리…독점판매대행업자 통한 비리 등
▲종합병원 교수와 친분이 있는 독점판매대행업자를 통한 의약품 납품
해운대 백병원 교수 G는 의약품 독점판매대행업자 I가 ㅁ제약에 근무할 당시부터 운전 등 온갖 개인 심부름을 시키며 접대를 받아왔고, 그로 인해 I와 두터운 친분관계가 형성되었다.
I는 이같은 G와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ㅁ 제약 H와 특정 의약품에 대해 1개당 30%의 수수료를 받기로 하는 독점판매 대행계약을 체결했고, I는 G에게 자신이 독점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한 ㅁ 제약 특정 의약품을 환자에게 처방해 줄 것을 청탁했다.
▲의약품 독점판매대행업자를 통한 금품 비리
G는 I가 청탁한 특정 의약품을 환자에게 처방해 준 대가로, α약품의 경우 매월 150만 원, β약품의 경우 매월 100만 원씩 수수하던 중 아우디A6 승용차를 할부로 구입하면서 I에게 할부금 156만 원을 지급해 줄 것을 요청하여, α약품 처방대가로 매월 수수하던 150만 원에 6만 원을 증액하여 156만원을 수수했다.
제약회사 부장 H는 도매상인 ㅂ 약품(주)을 통해 I에게 β약품에 대한 독점판매권을 준 대가로, BMW 730 승용차 리스료(매월 250만 원 이상)를 대납하게 하고, 격월로 500만 원씩 수수했다.
▲의료기 간납 과정에서 발생한 금품 비리
A의 위임을 받아 간납업체를 운영하는 B는 백병원에 고가의 의료기를 독점 간납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의료기업체 2곳으로부터 백병원에 납품하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합계 1,500만 원을 수수했다.
◆ 채용 비리…문제유출 등
해운대 백병원 직원의 경우 사립학교법 제70조의2, 인제학원 정관 제84조에 의해 사립학교법상 직원 신분을 취득하게 되고, 특히 이 사건 채용공고 합격시 7급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를 취득하게 된다.
이같이 고도의 신분보장이 되는 관계로 3명을 모집하는 행정직 신규직원 공개채용 공고에 328명이 지원하여 10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부원장 J는 2015년 6월경부터 재단관리본부장, 재단인사국장, 해운대백병원 원장 등에게 자신의 딸을 경리부에 채용해 줄 것을 청탁해왔고, 이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이 사건 신규 직원 채용은 ① 1차 서류전형(28명 선발), ② 2차 재단본부 면접(12명 선발), ③ 3차 최종면접(3명 선발) 순으로 진행됐는데, 재단본부의 2차 면접은 채점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무의미한 요식 행위에 그쳤고, 2차 선발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 2016년 3월 제3차 면접을 앞두고, 면접위원인 경리부장 K는 승진을 위해 3차 면접 문제와 답안을 인사권자인 부원장 J에게 전송하기로 마음먹고 이 사실을 해운대 백병원 구매관리팀장 L을 통해 J에게 보고했다.
그 후 K는 위 문제와 답안을 J에게 전송하고, J은 이를 자신의 딸에게 그대로 전송하여 줄줄 외우게 함으로써, 3차 최종면접대상자 12명 중 11등이었던 딸 N은 3차 최종면접에서 3등으로 순위가 급상승하여, 채용이 성사되었다.
한편 A, P가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의료장비를 리스하고 △해운대 및 일산백병원 식당을 (주)ㄱ 에 저렴하게 임대해 주고, (주)ㄱ 에 과다한 의료장비 리스료를 지급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교육부 수사의뢰에 대해서는 △사립학교법상 기본재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관할관청의 허가대상이 아니고 △손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여 혐의없음 처분이 났다.
◆수사의의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3가지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간납업체 운영과정에서 각종 비리 확인
의료기관 개설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도매상의 경우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는 약사법 제47조 제4항 규정(친족도매거래제한법)이 신설되어 2012년 6월 8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前이사장 A의 위임을 받아 간납업체를 운영하는 B 등은 명의를 차용하여 지분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법규정을 잠탈하며 계속하여 의약품 등을 독점 납품하고 있었다.
그 결과 4,000개가 넘는 병상수를 가지고 있는 백병원은 5년 동안 순이익이 전무(全無)한 반면, 위 간납업체는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前이사장 A일가와 B은 5년간 100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전형적인 甲·乙관계에 의한 비리 커넥션 적발
의약품 독점판매대행업자는 제약회사 재직 중 소위 ‘딱깔이’ 생활(운전 등 각종 심부름, 골프 및 향응 접대, 숙소 예약 및 결제, 해외여행동반 및 경비 조달 등)을 통해 대학병원 교수와 깊은 친분을 맺은 뒤 이같은 관계를 이용하여 30%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받으며 의약품 독점판매대행업을 하게 되었다.
대학병원 교수와 제약회사 부장은 독점판매대행업자에게 이같이 고수익을 보장해 주는 대가로 매월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 받아 온 비리 커넥션이 적발됐다.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에도 은밀한 수법으로 범행이 계속되고 있는 실태도 확인됐다.
▲부원장 지위를 이용한 조직적·계획적 채용비리 적발
前이사장 일가(6촌)인 J가 해운대 백병원 및 부산 백병원의 행정부원장이라는 막강한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딸을 사립학교 직원으로 채용되도록 한 범행을 적발하여 최근 ‘역대 최고 청년실업률’ ‘금수저’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미리 짜놓은 각본에 따라 수많은 지원자들을 들러리로 전락하게 함으로써 헌법적 가치인 기회의 평등을 정면으로 훼손한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을 했다.
◆제도개선 등 추진
교육부 감사는 학교법인 자체에만 이루어질 뿐 특수관계에 있는 간납업체에 대한 감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학교법인의 재정건전성을 유지·강화를 위한 교육부 감사의 취지가 몰각되고 있다.
교육부 소관 부처 등과 협의하여 교육부 감사 범위를 확대·강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 협의를 할 예정이다.
의약품의 경우는 친족도매거래제한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단속이 미비하고, 의료기의 경우 이를 제한하는 규정조차 없어 독점 간납업체들의 리베이트 수수·대금결제 지연 등 각종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의료기관 개설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도매상의 의료기 간납을 제한하도록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부처와 법규정 신설 협의를 할 예정이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공무원에 준하는 사립학교 직원 채용과 관련하여 본건과 유사한 비리가능성이 농후함에도 교육부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이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만큼 이번 사건 수사결과를 교육부에 통보하여 교직원 채용과정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채점표 작성 및 보관 의무화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에 대하여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다.
부산지방검찰청은 “최근 부산 지역에서 여러 건의 의약품 납품 비리 사건이 적발되어 지역사회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며 “향후에도 공정하고 투명한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과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전개해나갈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수사 경과]
2016년 3월 ~ 4월 해운대 백병원 관리부 사무실, 백병원 관련 간납업체 사무실 등 압수수색
2016년 5월 2월 B○○(간납업체 운영자), G○○(해운대 백병원과장) 각 구속
2016년 5월 10일 학교법인 인제학원 재단본부 사무실, 해운대 및 부산(개금) 백병원 사무실 등 압수수색
2016년 5월 19일 A○○(前이사장), B○○, G○○ 등 피고인 9명 기소(2명 구속기소)
2016년 5월 30일 J○○[現해운대 백병원 및 부산 백병원 행정부원장]등 피고인 3명 불구속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