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처음 상업화된 GMO(유전자변형) 농산물은 20년간 식품·농학·생명공학 분야에서 가장 격한 찬반 논란을 부른 ‘뜨거운 감자’였다. 미국 대선, 미국과 EU(유럽연합)의 무역전쟁 등 정치·사회·경제·무역 분야에서도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킨 이슈 메이커였다.”
세종대 식품공학과 김용휘 교수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회에서 ‘GMO 상업화 20년, 세상 어떻게 바꿨나?’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평가하고, 회상했다.
김용휘 교수는 “GMO의 수용여부, GMO 표시제도에 대한 입장 등 GMO에 대해 찬반 어느 쪽에 서느냐가 미국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우리 생활 속으로 ‘성큼’ 다가왔다”며 “정치적으로 보수진영은 대체로 GMO 찬성, 진보진영은 GMO 반대로 갈린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미국 대선의 민주·공화 양당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는 둘 다 친(pro) GMO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가장 진보색이 짙었던 민주당 경선주자 버니 샌더스 후보(버몬트 주 상원의원)이 유일하게 반(con) GMO 편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샌더스 후보의 출신 지역인 버몬트 주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GMO를 유통시킬 때 포장지에 ‘GMO 원료로 만들었다’고 의무 표기하도록 하는 법을 2014년 5월 주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올해 7월 시행된다.
김 교수는 “클린턴과 샌더스가 GMO 표시 의무화에 대해선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샌더스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호주·한국·중국·러시아 등에선 라벨에 GMO 표시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인은 자신이 GM 작물을 섭취하는지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화당 후보로 거의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는 GMO 표시 의무화를 반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사퇴한 인사 중에선 GMO 표시 의무화를 공식 지지한 사람은 1명도 없었다”며 “잽 부시·크리스 크리스티·칼리 피오리나·테드 크루즈·마르코 루비오 등 6명(전원 공화당)은 GMO 표시 의무화에 반대 의사를, 벤 카슨(공화)·존 카시치(공화)·마틴 오말리(민주) 등 4명은 뚜렷한 의사 표명을 유보했다”고 전했다.
특히 잽 부시는 GMO 팬을 자처하고 있다. GMO는 위대한 기술 혁신의 하나란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GMO 표시 의무화 문제가 불거졌을 때 “(GMO 표시 의무화는)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GMO 이슈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했던 안전성 논란에 그치지 않고 요즘은 정치적·사회적 문제로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또 “비타민 A가 더 함유된 쌀(GM 쌀)에 대한 구입 의견을 소비자에게 물으면 70% 이상이 ‘사 먹겠다’고 하지만 ‘프랑켄슈타인 식품인 GM 쌀’에 대한 구매 의향을 조사하면 90% 이상이 ‘먹지 않겠다’고 답변한다. GMO의 개발 목적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야 공정한 여론 형성이 가능하다”며 GMO에 대한 소비자 여론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클린턴 후보는 “‘유전자변형(GM)이란 용어는 마치 ‘프랑켄슈타인’처럼 들릴 수 있다”며 “‘가뭄 저항성’ 작물이라고 바꿔 부르면 대중의 GMO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GMO의 상업화 이후 지난 20년간 가장 첨예하게 의견 대립을 보인 곳은 미국과 EU(유럽연합)이다.
지난해 EU 28개 회원국 중 19개국이 GMO 작물 재배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김 교수는 “GMO는 유럽에선 선택의 문제이지만 아프리카에선 생존의 문제이다”며 “GMO에 대한 수용성이나 표시문제에 대한 입장이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GMO의 재배와 섭취는 별개의 문제이다”며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GMO 재배는 실익이 별로 없지만 GMO 섭취는 무조건적인 반대와 거부가 능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 GMO는 30개국에서 재배하고 70개국에서 먹고 있다. GMO 종자는 세계 종자 시장의 35%를 차지한다. 20년 간 100배 이상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