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과학회가 4월 8일 성명을 통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임상 현장의 특수성과 필수의료의 구조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3가지 핵심 보완 사항을 요구했다.
◆설명의무 기한 유연화·사과법 도입 병행해야
학회는 응급 신경계 질환의 경우 치료 직후 수일 내에 최종 예후나 인과관계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급성 뇌졸중, 중증 뇌전증, 신경계 응급질환 등은 예후 변동성이 크고 시간 의존적 판단이 중요한 영역이다.
그럼에도 설명 시점을 일률적으로 짧은 기간 내로 강제하면, 충분한 의학적 검토 이전에 불완전한 설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설명 의무는 충실히 이행하되, 그 시기와 방식은 의학적 원인 파악에 필요한 합리적 기간을 반영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환자와 가족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공감의 표현이 이후 민·형사상 불리한 증거로 사용되지 않도록, 이른바 ‘사과법(Apology Law)’ 수준의 법적 보호 장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상 신청 사전검토 체계·판정기구 전문성 확보 필수
학회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 상당수가 질환 자체의 경과나 예측하기 어려운 임상적 특성과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배상 신청이 폭넓게 허용될 경우 불필요한 분쟁이 증가하고,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의 진료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사전 검토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향후 배상 판정 관련 위원회가 구성된다면, 다양한 임상 분야의 전문가가 충분히 참여해 의학적 인과관계와 진료의 특수성이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가 책임 공적보상 체계 없으면 필수의료 이탈 가속화
학회는 우리나라 필수의료가 이미 낮은 수가, 높은 업무 강도, 큰 법적 부담이라는 삼중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개인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는 형태의 제도 개선은 필수의료 인력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회는 “필수의료 분야의 배상 재원 및 보험 부담에 대해 국가가 책임 있게 참여하는 공적 보상 체계를 명확히 하고, 실효성 있는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환자 보호를 강화하는 일과 필수의료 기반을 유지하는 일은 서로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라, 함께 달성해야 할 공공 분야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의료현장 전문가와 충분한 협의” 거듭 요청
학회는 “의료사고 피해구제의 필요성과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필수의료 현장이 감당해야 할 부담과 현실적 한계를 충분히 고려해 법안을 보다 면밀히 보완해 달라”고 국회와 정부에 정중히 요청했다.
아울러 “의료현장 전문가들과 충분히 협의해, 환자 보호와 필수의료 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가 조화롭게 달성될 수 있는 합리적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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