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퇴치국가’인 우리나라 올해 홍역 환자 수가 2019년 이후 6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인 홍역 유행 속에서 베트남 등에서 유입된 사례와 함께 해외여행 증가 및 고령화로 인해 결핵과 옴과 같은 과거 퇴치했다고 여겨진 질병들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
◆ 홍역 환자 52명…환자 발생에도 퇴치국 지위 유지 가능한 이유는?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1일까지 신고된 홍역 환자 수는 52명으로, 지난해 전체 발생 환자 수(49명)를 이미 초과했다. 이는 2019년(연간 194명) 이후 6년 만에 최다 기록이다.
국내 홍역 환자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이었던 2020년에 6명, 2021년과 2022년에는 0명으로 감소했다가, 2023년에 8명으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인증한 홍역 퇴치국가다.
2001~2002년 홍역 대유행 시기에 5만 5천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나, 정부의 집중적인 퇴치사업으로 환자 수가 급감하여 2006년에 홍역 퇴치를 선언했다.
이후 WHO가 강화한 인증 기준에 따라 2014년 홍역 퇴치국 인증을 받아 현재까지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발생한 홍역 환자 52명 중 34명이 해외에서 감염된 후 입국한 사례이며, 나머지 18명은 이러한 해외유입 환자로부터 가정이나 의료기관에서 2차 감염된 경우이다. 해외유입 사례 대부분은 베트남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홍역 발생이 증가하고 있어 해외 유입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국내 접종률이나 감시체계 등이 안정적인 상황이어서 급속히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 결핵·옴 등 ‘과거의 질병’들 발생 중
홍역 외에도 과거 ‘후진국형 감염병’으로 여겨지던 결핵 역시 국내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결핵 환자는 1만 7,944명으로 집계됐다.
2011년 5만 491명에서 1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2030년까지의 퇴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던 시절에 유행했지만 현재는 거의 잊혀진 피부질환인 ‘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옴 진료 인원은 최근 5년간 2019년 4만 1,297명, 2020년 3만 6,579명, 2021년 2만 9,693명, 2022년 3만 697명, 2023년 3만 4,92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1~8월에만 3만 1,773명이 진료를 받았다.
◆ 감염병 재등장 원인은?
홍역, 결핵, 옴과 같은 질병들이 완전히 퇴치되지 않고 오히려 일부 증가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해외여행과 국제 교류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
홍역의 경우, 최근 백신 접종률이 낮아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후진국형 감염병’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발병국 방문을 통한 산발적인 감염 사례를 예방하기 어려워졌다.
결핵 환자 중 외국인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 6%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결핵과 옴 발생은 고령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1950~1960년대 빈곤했던 시절에 결핵균에 감염됐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결핵 환자 감소세가 완만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옴 역시 집단시설에 입소한 고령층을 중심으로 발병하고 있어, 방역당국은 옴 예방 안내서를 제작해 요양병원 등에 배포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에 퇴치했다고 여겨졌던 감염병들이 해외여행 증가와 고령화라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어, 지속적인 예방 접종과 위생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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