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장기화로 전공의 사직이 현실화되며, 대표적 기피, 필수의료과인 심장혈관흉부외과의 경우 전국에 12명만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전국 107명의 흉부외과 전공의 중 나머지 인원은 사직 또는 사직 과정 진행 중이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회장 김관민, 이사장 임청, 이하 흉부외과학회)는 29일 “12명의 전공의로는 미래 유지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국가 차원의 긴급 대책이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조치…필수 기피 의료 명맥 중단 위기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조치로 시작된 의정갈등이 지속되면서, 역설적으로 흉부외과를 위시한 필수 기피 의료는 명맥이 중단될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흉부외과학회는 “이의 위험성과 중대성을 제기하며, 보건복지부, 국회, 의협, 의료계, 언론 등에 자료를 제출했고 대안 중 일부를 제시했지만 어떠한 대책도 흉부외과학회의 의견을 포함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림3. 의정갈등 전후 전공의 현황
◆2025년 배출 가능한 흉부외과 전문의 최대 6명
흉부외과학회가 지난 7월 24~26일 전국 수련병원들을 대상으로 전공의 사직현황을 공식 집계한 결과 현재 전국의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 107명 중 사직 처리된 전공의는 75명 으로 조사됐다.
보류 상태로 사직을 기다리는 전공의는 20명, 복귀 후 근무 중 전공의는 12명이다(1년차 3명, 2년차 2명, 3년차 1명, 4년차 6명).
2025년 배출 가능한 흉부외과 전문의 수는 최대 6명이며, 2025년에는 전국 전공의 수가 한자리수로의 감소가 예상된다.
◆제주·강원·충북에 이어 전북지역도 전공의 ‘0’…권역응급센터 “작동 못할수도”
지역별 현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그림4).
그림4. 의정 갈등 전후 지역별 전공의 현황
전공의 명맥이 유지되며 필수의료의 지역의료 유지의 예로 인용되었던 경남/부산, 대구/경북, 전남 등의 전공의 수가 급감했고, 전북지역은 전공의가 소멸되어 제주 강원 충북에 이어 전공의 없는 권역에 포함됐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전공의도 급감해 멸종 수순이다.
현재의 결과대로라면, 의정 갈등과 전공의 사직 결과는 지역의료로의 흉부외과의 역할, 필수의료의 역할을 소멸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흉부외과학회는 “이런 상태로는 권역 심혈관센터, 응급센터 앞으로 논의중인 권역, 지역 필수의료 시스템은 무의미하며, 향후에는 작동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흉부외과 수련 시스템 붕괴…“붕괴된 시스템 복구는 요원”
결과적으로 현재 의정 갈등상황에서, 기피 필수의료로 대표되는 흉부외과의 수련 시스템의 축은 붕괴됐다는 주장이다.
신규 전문의 배출과 이를 통한 지역 의료 활성화의 과정은 이미 시스템상 붕괴됐고, 정부가 계획하는 권역/지역 시스템은 작동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국가 단위의 흉부외과 전문의 수급 역시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미래가 없다는 탄식도 나오고 있다.
수년간 단 1명의 전공의라도 늘리기 위해, 교육받는 전공의 보다 많은 교수진들이 술기 교육을 지도하며, 보조인력과 체외순환사 역량을 강화해가며, 개선해 온 흉부외과의 체질 개선 작업 또한 물거품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흉부외과학회는 “향후 몇 년간 전공의 사직의 파장은 매우 클 것이며, 붕괴된 시스템의 복구는 요원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흉부외과 자체에서 이미 오랫동안 전문의의 희생을 바탕으로 노동력을 투입한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가 확립되어 있어, 현재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수술을 유지하는 등의 진료는 당분간은 유지될 수 있지만 신입 전문의의 투입 불가로 그 지속시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선택된 환자만 수술
전국의 흉부외과 전공의 12명으로는 연간 2만건 이상인 심장 수술 및 폐암 수술을 완수할 수 없다.
미래에는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해져 선택된 환자만 수술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흉부외과학회는 “지금 당장 생존 대책이 필요하다. 일분일초가 급박하고, 정치적 입장이나, 이론적 정당성을 따질 때가 아니며, 현재의 책임소재를 논할 시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필수의료법, 상급종합병원 시스템 등’ 추진…참여 인력 자체가 없어
정부나 의료계 국회에서 준비하는 필수의료법, 강화하고자 하는 상급종합병원 시스템, 권역 별심뇌혈관, 응급의학 시스템 등의 경우 현재로는 참여할 인력 자체가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흉부외과 전공의 사직 현황에 따르면 전국 근무 전공의가 12명 밖에 없고, 현재로는 미래가 사라지는 초응급상황이라는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초응급상황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흉부외과학회는 “필수의료법을 만들고, 권역을 나누는 것이 이론상으로는 맞지만, 적절하기를 따지며 탁상공론 할 시간조차 없다.”라며, “전공의가 없으면 전문의도 없다. 신입 전문의 배출 없이는 전문의 중심병원은 불가능하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손해와 책임은 전문의도, 전공의도, 정부도 질 수 없다. 희생은 미래의 심장병환자들, 폐암 환자들의 몫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죄이다. 시간이 없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한다. 필수의료를 살리고자 시작한 개혁이 필수의료의 가장 첨부를 찌르고 있다. 지금이라도 전공의들이 다시 꿈을 꾸고 환자 옆에 있을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의정갈등 상황…전문의 배출 매우 심각
그림1. 1994~2024년 흉부외과 신입 전공의 수급 현황
흉부외과학회는 “그림 1과 같은 전공의 지원 감소가 필수의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지속 주장하며 2022년 현 정부 출범 시 대통령 인수위에 그 중대성과 위험성을 보고했으며 자체 자구책을 강구해 왔다. 2023~2024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문의 은퇴 /신규 전문의 역전 현상에(그림2의 가) 적극적 대처하며, 인구 고령화에 따른 심장, 대동맥 질환, 폐암 등 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하여 전공의 지원 강화, 진료 보조인력 역량강화를 위해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문의 중심진료를 3년 전부터 육성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주기적 전국 전공의 1:1 술기 교육을 시행하고, 보조 인력의 역량강화를 위해 체외순환사 인증 제도, 전담간호사 교육 등도 시행했다.
그 결과 전공의 수는 20년 만에 2023년 40명대가 지원, 의미 있는 성장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의정갈등 상황으로 인해 향후 전문의의 배출은 그림 2의 나와 같이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귀착, 매년 약 50명의 인력 역전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그림2. 가. 예상 은퇴전문의/신규전문의 수급 예상(의정 갈등 전)
나. 전공의 사직 후 예산 은퇴전문의/신규전문의 수급 예상
한편 심장혈관흉부외과는 그동안 중환자실과 수술실을 지킨다는 약속을 이행해왔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불투명하게 됐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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