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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비급여 보고제도 관련 합헌 결정…의료계 ‘우려와 반발’ 이어져 - 국민의 민감한 진료정보, 의사의 직업자유 침해 우려도
  • 기사등록 2023-02-26 22: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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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지난 23일 2021년 의료계에서 제기한 비급여 진료비용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사건[2021헌마374, 2021헌마743, 2021헌마1043(병합)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등 위헌확인] 관련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보고의무조항과 관련하여 4명의 재판관은 “환자의 개인정보와 건강상태에 관한 모든 정보를 보고대상인 ‘진료내역’에 포함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보고대상인 비급여 진료내역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비급여 영역을 사실상 국가의 감시와 통제 하에 두는 결과를 초래하며 의료수준이 저하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의사들 직업의 자유 침해 소지

대한의사협회는 “비급여 진료비용의 보고 및 공개제도가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 보장이 취지라면, 그 대상은 항목과 금액만으로 충분하다”며, “환자 성별이나 생년과 같이 극히 사적인 기본정보는 물론 질병, 치료내역, 복용약 등 민감한 진료정보까지 왜 필요한지 의구심이 들며, 이는 결국 비급여를 통제하고 국민의 진료정보를 집적하려는 의도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고의무조항과 관련 의사들의 기본권 침해 의견도 있었던 만큼 의사의 직업의 자유에 대한 침해소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2년 및 2014년 강제지정제 위헌 소송 결정에서 “요양급여비용 산정과 비급여 의료행위의 가능성 등을 통하여 의료기관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를 반영함으로써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어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합헌 결정 이유와도 배치되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행정 예고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상위법령인 의료법 제45조의2와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3 제1항에는 ‘의료이용 구분에 관한 내용’을 보고해야 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동 고시 행정예고를 통해 환자의 생년, 성별, 입원, 내원, 퇴원일자, 진료과목 코드 등 ‘의료이용 구분에 관한 내용’을 보고토록 하고 있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급여 진료비용의 보고 및 공개제도가 비록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 보장이라는 취지로 시작된 제도임에도 환자 성별이나 생년과 같이 극히 사적인 기본정보는 물론 질병, 치료내역, 복용약 등 민감한 진료정보까지 포함한 것은 제도 시행의 목적을 넘어 비급여 통제를 위한 비급여 심사 등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판단했다.


의협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 보장이라는 형식을 취하나, 그 실질은 환자와 의료인의 기본권 침해소지가 높은 만큼, 기본권 보장을 최고 가치로 하는 헌법재판소가 이번 합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비급여 보고제도와 관련한 회원들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서울시醫 “필수의료 분야 심각한 악영향 우려” 등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명하)도 이번 결정과 관련해 유감의 뜻을 표하며 헌법재판소의 판결과는 별도로 정부는 국민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비급여 공개를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 따르면 서울시의사회는 “비급여 공개를 통해 환자 개개인의 감염병 여부, 호르몬 질환, 정신병력, 불임, 성기능 장애, 생식기 질환, 탈모 등 타인에게 노출되기 꺼리는 민감한 의료정보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보고 및 공지될 우려가 있다. 제도 시행의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과잉 제한으로 방법의 적절성과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며, “동 고시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과는 별개로 정부는 비급여 공개 중지를 요구하며 “비급여 공개로 인한 저가, 저질 진료의 범람 및 이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와 국민적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 비급여 공개로 인한 폐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포퓰리즘이자 행정편의주의적 사고 방식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저수가를 비급여로 겨우 보완하고 있는 필수의료 분야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향후 국민건강보험 강제지정제에 대한 위헌소송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의료기관을 말살하는 비급여 보고제도 강행”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비급여 진료행위는 상대적으로 필수의료가 아닌 진료에 대해 의사-환자간 자율적인 선택에 따른 결정으로 이미 의료기관 내부 및 홈페이지에 진료비용을 환자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고지하고 있음에도, 환자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민감한 의료정보까지 수집·활용하겠다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보다 관리 측면에서 비급여 통제를 우선시하겠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재정 등을 이유로 보장해주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경우 의료기관에서는 필요도에 따라 환자에게 사전설명 후 시행하고 있어, 환자에게는 진료선택권 보장과 의료기관에게는 급여항목의 저수가 상황에서 의료기관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비급여를 통제하려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시장의 자율성을 무너뜨려 의료기관간 가격경쟁과 환자유인을 유도해 환자와 의료기관간 신뢰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협의회는 “비급여 통제제도는 이미 그 명분과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이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보험수가의 현실화가 필요할 때이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의 ‘비급여 보고제도’ 강행이 헌재의 당연지정제 합헌 결정의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도 제기했다.


협의회는 “정부는 코로나19 발병 당시부터 대유행에 이르기까지 한창 심각한 상황일 때에는 국가 재난 사태라고 하며 협의회의 협조와 참여를 구하고, 심지어 의료계가 주의와 신중을 당부했던 신속항원검사, 재택치료 등 불완전한 제도까지도 협의회에서 여러 위험요인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정부 방침에 최선을 다해 협조했음에도, 이제 와서 의료계의 신의를 저버리고 의료계를 통제하려는 정책을 밀어붙이며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계는 그동안 비급여 진료내역 등의 보고는 개인의 민감한 의료정보를 국가에 제공하는 것으로 의사의 양심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뿐만 아니라,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며,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는 최저가 경쟁을 촉발시켜 소규모 영세 의료기관의 운영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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