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가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이하 한방난임사업) 검증을 두고 또 다시 대립하고 있다.
한방난임사업은 한약과 침술을 기본으로 하고, 약침, 전침, 적외선조사요법, 봉침 등을 일부 병행하여 7~8개월 동안 시행된다.
3년 동안 103개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한 대상자 총수는 4,473명이다.
현재 부산과 전북, 충남, 대전, 경북, 경기, 전남 제주, 광주, 인천, 울산, 대구, 경남 등 전국 43곳의 지자체에서 ‘한의난임치료 조례’를 제정하고 점차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연구보고서 발표
의협 한특위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이하 의협정책연구소)의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금까지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과 같은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의료정책연구소의 연구보고서는 의협 한특위에서 연구용역을 의뢰한 것이다.
의협정책연구소는 지자체 대상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개 연도의 지자체 한방난임사업 결과를 분석한 바 있다.
▲임상적 임신 성공률
의협 한특위에 따르면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한 사람 중 한방난임치료로 498명이 임신해 부부 1쌍을 1명으로 환산한 치료단위(3,969명) 기준 12.5%의 임상적 임신(임신 6~7주경 질초음파 검사 상 태낭과 태아의 심박동이 확인된 경우) 성공률을 기록했다.
의협 한특위는 “이 수치는 아무런 치료 없이 단순 관찰만 한 원인불명 난임여성에서의 임상적 자연임신율(24.6~28.7%)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이 없음을 강하게 시사한다”며, “그간 한의계는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성공률이 20~30%에 달한다며 마치 유효성이 입증된 것처럼 주장해왔지만 실제로는 임신성공률을 2배나 부풀린 것이었다. 한의계가 사실과 다른 내용에 근거하여 한방난임사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책 마련과 건강보험 급여화를 주장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자체들 자체 분석 연구 결과는?
의협 한특위에 따르면 지자체들의 자체 분석 연구에서는 침술과 약침의 난임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한약의 경우 한약의 종류나 처방방식에 따른 임신성공률에 차이가 없어, 이 역시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목단피를 함유한 한약을 많이 복용할수록 한방난임치료로 임신한 여성에서 유산율이 급증하는 경향성을 나타냈다.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수행된 연구에서는 목단피가 수정란의 착상과정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초기 임신을 저해시키고 있음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의협 한특위는 “결국 지자체들은 유산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초기 임신까지 저해할 위험성이 있는 한약으로 난임치료를 시행한다고 볼 수 있다.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안전성과 유효성이 미입증된 한방난임치료에 지난 3년간 무려 57억 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가 낭비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약 10년 전부터 난임 여성을 대상으로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하는 지자체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한방치료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폐경이 되면 환자들은 시험관시술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지자체들은 난임 여성이 효과적인 난임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지 말고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방난임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지자체 사업 및 조례제정, 학술논문 등으로 검증
반면 대한한의사협회 전국한의약난임치료사업 실무위원회(이하 한의협)는 한의약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과 경제성을 사실과 달리 현저히 낮춰 발표한 문건이라는 입장이다.
한의협은 “의협한특위는 오로지 한의약 폄훼를 목적으로 작성된 의료정책연구소의 보고서를 통해 국민과 언론을 기만하는 자료를 발표했다”며, “한의약난임사업을 통해 수많은 난임부부들이 임신과 출산에 성공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간절히 임신을 바라고 있는 난임 부부들을 위해 한의사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한특위 보고서 문제점 제기
한의협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한의약난임사업을 선택한 80% 이상의 난임부부들이 이전에 양방의 보조생식술(인공수정, 시험관 시술)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임신에 실패한 경우라는 점, △한의약난임치료의 도움으로 임신에 성공했다는 점,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연유산율이 높아짐에도 마치 한약재 목단피를 복용했기 때문에 유산율이 높아진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점 등을 밝히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한의협은 “실제 대상자가 복용한 처방에 목단피가 포함되어 있는지, 임신 중 얼마의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용량이 투여되었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단편적 조사만을 근거로 고용량의 잘못된 동물실험이 마치 사실인 양 왜곡한 다음 일부 고령의 대상군의 높은 유산율과 연결 지어 버리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 “한의약난임치료와 양방의 보조생식술은 치료기전과 과정 등에 있어 차이점이 있음에도 이런 사실들을 외면하고 오로지 한의약난임치료의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조작 및 왜곡 의혹도 제기
또 한의약난임사업의 성적을 폄훼하기 위해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의 최소값을 논문들 최소값의 평균값을 사용하여 9.4%에서 24.6%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경제성 평가에서도 보조생식술에 비해 한의약난임사업의 경제성이 우수함에도 양방의 보조생식술의 비용을 산정할 때는 개별 시술의 평균가격으로 계산하고, 한의약시술 비용을 계산할 때는 지차제 지원 총지출액, 지자체한의사회 지출액, 건강보험 시술총액, 본인부담금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왜곡 산정했다는 주장이다.
▲한의약난임사업 성과 및 검증 제시
반면 한의약난임사업의 뛰어난 성과는 이미 수많은 지자체 사업들을 통해 검증됐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히 시험관시술만 했을 때 보다 한약을 함께 복용한 경우에 임신율이 약 15% 가까이 높아졌다는 ‘European 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October 2016)’의 연구논문 등도 한의약난임사업의 효과성을 입증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2019, 한의약난임치료의 임신성공률이 인공수정을 상회하는 14.44%라는 보건복지부 발표, 난임부부의 96.8%가 한의약난임치료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며 90.3%는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면 참여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설문조사 결과 등도 있다는 것이다.
한의협은 “한국의 임신과 출산율이 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대책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난임부부들에게 폭넓고 다양한 기회가 주어져야 함은 당연하다”며, “보조생식술에 대한 임신 성공률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하고 한의난임치료사업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난임부부들의 임신을 돕는 것 등 모두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도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난임부부들에게 치료에 대한 희망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성공률이 높은 한의약난임치료의 기회를 빼앗아 버리려는 것은 의료인으로서의 양심과 명예를 저버린 행동이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자중할 것을 엄중히 경고하며, 만일 추후에도 한의약난임치료를 악의적으로 비난하고 난임부부의 치료기회를 박탈하려는 행태가 나온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한 응징에 나설 것이다”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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