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기가 1%도 안 되는 생존 확률에 도전, ‘기적’을 이루어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김기수·김애란·이병섭·정의석 교수)은 24주 6일 만에 체중 288g, 키 23.5cm의 초극소저체중미숙아로 태어난 조건우(5개월/남) 아기가 153일 간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마치고 지난 9월 3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밝혔다.
400g 이하 체중의 초미숙아가 생존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200g대로 태어난 건우는 국내에서 보고된 초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은 아기로 기록됐다.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초미숙아 등록 사이트(400g 미만으로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에는 현재 286명의 미숙아가 등록돼 있는데, 그 중에서도 건우는 전 세계에서 32번째로 가장 작은 아기로 등재될 예정이다.
건우는 결혼 6년 만에 선물처럼 찾아온 첫 아기였다. ‘엄마 키 174cm, 아빠 키 191cm인 장신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아이는 얼마나 클까?’ 많은 이들의 기대와 축복 속에 건강히 만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던 중 임신 17주차 검진에서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태아가 자궁 내에서 잘 자라지 않는 ‘자궁 내 성장지연’이 심해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3월 말 경남 함안에서부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아이를 살리고 싶다는 엄마의 간절한 소망을 들은 산부인과 정진훈 교수는 태아의 크기가 원래의 임신 주수보다 5주가량 뒤처질 정도로 작고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태아가 버텨주는 한 주수를 최대한 늘려보기로 하고 입원을 결정했다.
의료진과 엄마, 아빠의 소망대로 건우는 고비마다 놀라운 힘을 보여주었다. 미숙아에게 흔한 장염이 생겨 일주일가량은 금식을 하며 정맥관으로 조심스럽게 영양분을 공급한 시기도 있었지만 무사히 극복해냈다.
태어난 지 한 달 되던 날, 잘 뛰던 심장이 갑자기 멎는 위기의 순간에도 긴급 소생술을 받으며 잘 버텨주었다. 동반된 폐동맥 고혈압과 미숙아 망막증도 다행히 약물치료로 조절이 됐고 퇴원 전 진행한 탈장 수술도 문제없이 마쳤다.
모두의 노력 덕분에 건우는 생후 80일 경 인공호흡기를 떼고 적은 양의 산소만으로도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해졌으며 체중도 288g에서 1kg을 돌파했다. 생후 4개월 중반에는 인큐베이터를 벗어났고 생후 5개월에 다다랐을 때는 체중이 2kg을 넘어섰다.
건우 엄마 이서은 씨(38세)는 “건우는 우리 부부에게 축복처럼 찾아온 아이로 어떤 위기에서도 꼭 지켜내고 싶었다”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와 신생아팀 의료진 덕분에 건강한 건우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돼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뿐이다. 가장 작게 태어났지만 앞으로는 가장 건강하고 마음까지도 큰 아이로 잘 키우겠다”고 퇴원 소감을 밝혔다.
건우 주치의인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과 김애란 교수는 “건우는 신생아팀 의료진을 항상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아이였지만, 동시에 생명의 위대함과 감사함을 일깨워준 어린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런 건우가 온전히 퇴원하는 것을 보니 다행이고 기쁘다”며, “최근 산모 고령화와 난임으로 인한 인공수정의 증가로 미숙아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다행히 치료 기술이 발전해 미숙아 치료 성공률도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미숙아를 가진 많은 가족분들이 건우를 보며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에서 최근 3년(2018~2020년) 동안 총 19명의 500g 미만 초미숙아가 태어났으며, 이들의 생존율은 58%이다.
이는 최고의 미숙아 치료성적을 보이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 2018년 엄마 뱃속에서 머문 지 24주 5일 만에 태어난 302g 사랑이는 당시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기로 생존 한계에 직면했지만, 모든 장기가 건강한 상태로 무사히 가족 품에 안겼다. 사랑이는 지난 8월 병원 밖에서 건강하게 세 돌을 맞이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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