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회장 홍정용)가 최근 윤소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기관 내 괴롭힘 금지 개정안’(이하 괴롭힘 금지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제시했다.
또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개념을 신설하고 신고를 의무화 한 남인순 의원의 대표발의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취지는 공감하나 의료법에 규정해야 할 타당성이 부족하다”
괴롭힘 금지 개정안에 대해 병협은 “취지는 공감하나 의료법에 규정해야 할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검토서를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 따른 결과 발생 요건인 ‘인격의 침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훼손’ 등 개념의 포괄성과 모호성으로 인해 위반 여부에 대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모욕, 위협, 괴롭힘, 폭력 등의 행위’ 역시 개인별로 다르게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성요건의 해당성 판단이 곤란하고 보호법익이 특정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배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병협은 “이 같은 행위는 현행법률 등에 의거 금지되는 행위로 이를 의료법에 규정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괴롭힘 확인시 조치사항에 있어서도 ‘확인’의 의미가 관련 불법행위로 인해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고용노동부에 대한 진정에 따른 결과를 의미하는지 등 객관적 요건이 불명확하다는 입장이다.
병협은 의료기관 내 괴롭힘 확인 시 사용자의 조치사항은 의료법이 아닌 근로관계법령 또는 관련제도에 반영하는 것이 체계적·내용적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괴롭힘 발생 확인 후 조치사항 미이행시 ‘1년 이사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후속조치 역시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처벌규정 신설은 불합리하다.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해고 등 불합리한 조치에 대해서도 의료업 이외에 모든 업종에 해당될 수 있는 사항으로 근로기준법상 관련조항 적용을 통한 사안의 해결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예방교육도 ‘괴롭힘’의 의미와 내용이 불명확해 이를 법률상 교육의무를 규정할 경우 실제 교육내용 구성과 이행이 가능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병협은 “의료인 대상 인권침해행위는 지양돼야 하나 사안 발생 시 의료법이 아닌 근로기준법, 형법 및 민법의 관계법령 위반여부와 근로조건이나 취업규칙 위반여부 등이 검토되는 것이 근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관 내 괴롭힘 예방 활동을 의료기관 인증기준에 포함 시키는 개정안에 대해서도 사회환경 변화 등에 따라 ‘의료기관 내 괴롭힘 예방 활동’에 대한 인증기준 신설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에 근거해 세부 평가항목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신고 의무화 “자율보고 활성화가 필요”
한편 남인순 의원의 대표발의한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개념을 신설하고 신고를 의무화 한 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의미를 정의하기 어렵고 개념이 모호해 국내 실정에 맞는 대상 선정의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다.
또 최근 신생아중환자실 사망 사건의 근본적 개선을 위한 개정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병협은 사인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인력 부족, 저수가체계, 감염 관련 사항 등 제반 제도개선 대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안전사고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강제와 처벌보다는 자율보고 활성화 및 신속한 원인분석, 환류시스템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질병의 치료, 생명구제 등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며 환자 상태를 개선, 회복시키기 위해 침습성·비가역성 등 일정수준의 위험성이 내재된 행위를 하게 된다.
중환자실·응급실 등 고난이도 진료행위가 많은 의료기관에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를 신고 의무화할 경우 자칫 진료위축과 적절한 의료행위에도 불구하고 특정병원, 진료과,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오해받거나 불리한 상황에 처하는 등 불합리한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는 환자사망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사망 등 단순 결과를 근거로 보고의무 부여 시 의료진의 과실과 관계없이 무분별한 법적 분쟁을 야기하거나 의료진과 환자 간 갈등이 조장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잘못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우려되는 우리 문화에서 신고의무화는 의료기관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의무보고로 인해 의료기관 실명 등이 외부로 공개될 경우 환자안전사고 재발방지 및 예방목적의 당초 법 제정 취지와 정책 실패의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병협은 “환자안전 문화조성과 제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 등을 통해 점진적이고 효율적인 개선 노력 필요하다”며, “전담인력에 대한 지속적 교육뿐만 아니라 대국민 환자안전에 대한 인식 개선 홍보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상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환자안전사고 발생시 내용 공개 및 설명’에 대해서도 법제화보다는 문화형성이 우선돼야 하며 개정안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환자실 및 응급실 등 고난이도 진료행위를 많이 수행하는 의료기관일수록 ‘위해 발생 우려 사고’ 역시 매우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평소 의료행위에 더해 모두 설명하고 경위를 알리도록 할 경우 업무량 증가와 진료 차질이 발생해 의료현장에서 실제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병협은 “현 제도에서 법 개정은 의료기관 및 보건의료인과 환자(보호자) 간 불신초래 및 갈등 유발, 의료분쟁을 더 야기할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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