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 윤길자(69·여)씨의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주치의 세브란스병원 박병우(55) 교수가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는 지난 10월 30일 박 교수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 사건의 책임을 진단서를 작성한 의사 개인에게 전적으로 돌릴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는 검찰이 “박 교수가 허위진단서를 작성하고 부정 청탁을 받았다”며 구형한 징역 3년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판결은 ‘진단서’의 허위성 및 의사 고의성 여부를 놓고 벌인 최초 법정 공방으로 의료계에 미치는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재판부는 박 교수가 2건의 허위 진단서를 작성했다는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1건( ‘장기간 입원 치료가 필요’, ‘수감생활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에 대해서만 허위성을 인정했다.
또 윤길자씨의 남편 류원기씨가 박 교수에게 허위 진단서 작성 및 입원을 청탁하며 미화 1만달러를 건넸다(배임수재)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적용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부당한 형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것은 검사 과실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검찰 측에 그 책임을 물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형 집행정지’는 검사가 갖는 권한으로 수감자에게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등의 사유에 해당될 경우 진행할 수 있다.
한편 허위 진단서 발급을 공모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류원기(67) 영남제분 회장도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