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각종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일반적인 사실과 달리 지난 해 의료이용 실적을 보면 고소득층이 저소득층 보다 최대 3배 가량 의료이용이 잦은 것으로 나타나 의료이용에 있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저소득층의 경우 고비용에 따른 의료이용을 자제하거나 포기하는 반면, 의료이용에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삶의 질과 연관된 건강예방 진료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현숙 의원(복지위,운영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득분위별 진료 실적’자료를 살펴보면 ‘13년 기준 전체 52개 진료과목을 대상으로 진료실 찾은 인원은 총 1억 7,820만명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로 인해 총 38조 310억원의 진료비가 발생했고, 이 중 27조 7,183억원(75.5%)이 급여비로 지급되었다.
지난 5월, 건강보험공단은 보험가입자가 납부한 건강보험료 보다 평균 1.7배의 지원을 받았고, 소득하위 20%의 경우 5.1배의 혜택을 받고 있는 반면 소득상위 20%의 경우 1.1배의 혜택을 받고 있어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를 소득분위별로 분석한 결과, 전체 52개 진료과목 중 96.2%에 해당하는 50개 과목에서 소득상위 20%에 해당하는 계층이 소득하위 20% 계층 보다 상대적으로 진료를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소득하위 20%의 경우 적용인구가 708만명으로 전체 인원의 14.7%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진료 분포를 보면 ▲진료실 인원 14% ▲진료비 14.8% ▲급여비 15%로 나타나 적용인구 분포(14.7%)와 비교했을 때 적정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상위 20%의 경우 적용인구는 1,351만명으로 전체 인원의 28.1%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진료 분포를 보면, ▲진료실 인원 30% ▲진료비 31.4% ▲급여비 31.2%로 나타나 진료실 인원, 진료비, 급여비 모두 적용인구 분포(28.1%)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소득하위 20%, 소득상위 20% 각각 적용인구 분포를 기준으로 진료실 인원 분포를 감안하면, 소득상위 20% 계층에서 399만명이 진료실을 더 찾아 1조 2,550억원의 진료비가 더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13년도 급여비 지급 비율이 75.5%인 점을 감안하면 동 기간 소득상위 20% 계층에 9,463억원이 더 지급된 것으로 나타나, 소득이 많은 자가 오히려 의료기관에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음으로써 급여지원 역시 고소득자에게 집중됨에 따라 의료기관 이용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는 소득이 높은 계층이 단순히 모든 진료과목을 골고루 이용한 것이 아닌, 특정 진료과목에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저소득층(하위20%)의 경우 보장성이 높고, 진단 및 치료가 반드시 필요할 때 찾는 진료과목을 중심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한 반면, 고소득층(상위20%)은 보장성과 무관하게 고비용 진료과목과 필수적인 진단 및 치료 보다는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건강 예방 활동 중심의 진료과목 중심으로 의료기관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가장 격차가 큰 과목은 ▲한방소아과로, 상위 20% 계층이 하위 20% 계층 보다 무려 164.9%(2.7배)나 진료실을 더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격차가 많이 나는 진료과목은 ▲구강병리과로 77.4%, ▲예방치과 68.8% ▲소아치과 68.3% ▲한방안·이비인후과·피부과 66.7% ▲치과보철과 63.6% ▲치과교정과 57.3% ▲산업의학과 49.3% ▲한방 신경정신과 48.9% ▲한방 재활의학과 47.6% 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비용 진료로 분류되는 치과 및 한방 관련 진료과목에 고소득층의 진료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반면, 격차가 적은 하위 15개 과목을 보면 ▲마취통증의학과(2.3%) ▲정형외과(3.5%) ▲결핵과(3.6%) ▲외과(4.0%) ▲정신과(4.3%), ▲침구과(4.4%) ▲응급의학과(4.6%) ▲내과(5.3%) ▲치과(5.5%) ▲의과(5.9%) ▲구강악안면외과(7.4%) ▲병리과(7.8%) ▲일반(7.9%) ▲신경외과 (8.3%) ▲한방내과(9.5%)로 나타났다.
김현숙 의원은 “진단 및 치료에 필수적인 진료과목의 경우 적용인구 비율과 유사한 수준으로 소득 계층간 격차 없이 진료실을 찾고 있지만, 진단 및 검사보다는 안과?이비인후과?피부과 등 삶의 질과 연결되는 건강 예방활동 중심의 진료과목에서는 소득이 높은 고소득층이 진료실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어린이 건강 및 보장성이 취약한 한방 및 구강관리 예방활동에 더욱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세 미만 자녀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소득계층별 진료격차가 큰 진료과목 상위 10개 과목에서 상위 10% 계층이 하위 10% 계층 보다 평균 117.1% 더 진료실을 찾은 것으로 나타나, 대상자 전체 기준인 71.3% 보다 41.8%p나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격차가 가장 심한 과목은 ▲한방안·이비인후과·피부과로 상위 20% 계층이 하위 20% 계층 보다 154.6%(2.5배)나 더 진료실을 찾았고, 다음으로 ▲한방소아과(153.6%) ▲한방신경정신과(148.1%) ▲한방재활의학과(112.8%) ▲한방부인과(111.8%) ▲사상체질과(110.1%) 순으로 나타나 격차가 큰 1~6위 과목의 경우 모두 한방진료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치과교정과(104.4%) ▲구강병리과(100.0%) ▲치과보철과(91.0%) ▲구강내과(87.2%) ▲치주과(74.5%) 순으로 나타나, 고소득층 자녀의 경우에도 고비용·저보장성(한방진료, 구강관리) 과목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대표적인 양극화 진료는 부정교합으로, 2013년도 부정교합 진료 현황을 보면, 소득 상위 10%(10분위)가 하위 10%(1분위) 보다 적용인구를 고려하더라도 54.2%(1.5배) 진료를 더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각 구별 거주하는 환자를 기준으로, 송파구(4,448명), 강남구(3,802명), 노원구(3,399명), 성북구(2,933명) 순으로 진료실을 많이 찾아 소위 부자 동네 거주자가 고비용 진료인 부정교합 진료에 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치료목적으로만 급여가 지원되는 단신질환의 경우에도 적용인구를 고려하더라도 소득상위 10%(10분위)가 하위 10% 보다 3.9배나 진료를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를 인구 10만명당 인원으로 환산하면 3.7배나 소득상위 10%가 진료를 더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지역 각 구별 거주하는 환자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의 경우 소득 수준이 높은 자치구에 진료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 동안 강남구가 2,627명이 진료를 받아 단연 1위, 그 다음이 송파구(2,578명), 노원구(2,541명), 강동구(2,250명), 성북구(2,192명), 서초구(1,849명) 순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고비용 진료로 알려진 체질 개선을 위한 사상진료과로, 적용인구를 감한하더라도 소득 상위 10위 계층이, 하위 10% 계층 보다 46.5%(1.5배) 진료실을 더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지역 각 구별 거주자를 기준으로 보면, 강남구(371명), 송파구(204명), 강동구(122명) 순으로 소위 부자 동네 거주자들이 진료를 더 활발하게 받고 있다.
10만명 당 진료인원의 경우 하위 10%는 34명인 반면, 상위 10%는 50명으로 1.47배 진료실을 더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1년 대비 2013년 진료실 인원 증가율을 보면, 10대 여성이 최근 3년간 12.2% 증가해 가장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김현숙 의원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서 자녀의 의료이용 접근성의 차이가 발생되는 것은 보건의료상의 문제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는 만큼, 저소득층에 대한 보장성 확대와 의료이용 접근성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격차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구강관련 진료의 경우, 유년 및 청소년기에 적극적인 예방활동에 임한다면 지금보다 건강한 치아를 오래토록 유지할 수 있고, 향후 구강관리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나아가 건강보험 재정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한 만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2013년 7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스켈링에 대한 보장성을 높이고,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스켈링 치료를 의무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청소년기 구강관리 예방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