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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도 불가능한 화상환자 후송 Heli-EMS가 ‘척척’ - 제주도에서 전신 51% 화상 입은 40대 남성,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
  • 기사등록 2013-12-13 10:43:41
  • 수정 2013-12-13 12: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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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로 손발이 꽁꽁 얼어붙은 지난 12월 10일.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중앙119구조본부. 제주도에서 사고로 화상을 입은 환자를 후송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난 오후 7시 5분. 헬기가 한강대교 중간에 위치한 노들섬 헬기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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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 사고로 화상 입어
경기도 북부의 한 중소도시에서 거주하던 A(48․남)씨. 20년 넘게 건설일을 해왔기에 이 분야에서는 나름 베테랑이었지만 경기가 침체되고 날씨까지 추워지자 일거리마저 뚝 끊겼다.

일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라도 달려갔지만 일을 해도 돈을 손에 쥐기가 쉽지 않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삶이 점점 더 팍팍했다.

그러던 지난 10월 중순. 형으로부터 ‘제주도에서 호텔을 짓는다 하니 함께 가보자’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오랜 기간 집을 비운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꽤 오랜 기간 공사를 하는 만큼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됐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일찍 끝마치려면 서둘러야 했지만 그런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40여일 동안을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이미 정산이 끝났어야 할 임금이 며칠 째 나오지 않았다. ‘준다’라고 약속했던 날짜는 계속 미뤄졌고 인부 중 몇몇은 공사장을 떠나기도 했다. 경기도에서 그만 기다리던 가족들의 생활은 엉망이 됐다.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12월 2일. 정산일이었던 이날도 임금은 나오지 않았다. 언제쯤 돈이 나올지 미지수였다. 인부들의 감정은 폭발했고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모두가 한 자리에 둘러앉아 대책회의를 했다. 그러던 순간 순식간에 발생한 사고로 A씨의 몸에 불이 붙었다.

갑자기 벌어진 사고에 함께 있던 사람들 모두가 당황했다. A씨는 대기 중이었던 응급차에 실려 인근의 종합병원으로 후송됐다. 제주도에 화상전문병원이 없어 전원을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전전긍긍하던 보호자들 119 통해 서울로 후송
그러던 지난 9일, 환자의 형인 B씨가 ‘죽더라도 우리나라 최고의 화상전문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봐야 원한이 없을 것 같다’며 전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제주도라는 지역 특성과 흡입화상까지 입은 중환자라는 점에서 어떤 방법으로 후송을 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선박을 이용할 경우 침상 공간을 확보할 수는 있었지만 10시간이 넘는 이동시간이 문제였다. 특히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있었기에 A씨는 1분 1초가 급박했다.

반면 비행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지만 환자 후송에 어려움이 있었다. 국내 여러 항공사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에 전화하자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고가 있은 지 8일째가 되던 12월 10일 A씨는 중앙119구조본부의 헬기를 타고 서울로 후송됐다. 제주도를 출발한 지 2시간 30분만의 도착이었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헬기에는 주치의가 탑승했다.

앰뷸런스는 헬기 도착 30분부터 노들섬 헬기장에서 환자를 기다렸다. 의료진은 지체할 겨를 없이 환자를 10분 거리의 병원으로 후송했다. 지금까지 수십여명의 화상환자를 헬기로 후송해 치료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능수능란하게 움직였다.

화상외과 조용석 교수가 환자 상태를 살펴보자 전신 51%에 화염화상을 입었고 그 중 3도 화상이 49%일 만큼 상태가 심각했다. 연기를 들이마셔 기도손상과 함께 폐 기능이 망가져 자가 호흡이 불가능했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치의인 화상외과 조용석 교수는 “인공호흡기 산소농도를 100%로 끌어올려도 동맥혈산소분압이 떨어졌다. 초기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졌다면 3일 이내에 산소치료와 상처치료가 이루어졌겠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우선은 자가 호흡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그 이후에 가피절제술, 동종피부이식술과 같은 상처치료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도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에크모 시술까지 ‘척척’
화상으로 인해 대부분의 장기가 손상돼 자가 호흡까지 불가능했던 A씨의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협진이 불가피했다.

한 해 평균 1만5000여명을 치료하며 협진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춘 10여명의 의료진이 한 자리에 모였다. 40여년 동안 화상환자를 치료해온 다양한 사례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치료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A씨는 폐 기능을 향상시켜 호흡을 안정화시킨 후 상처치료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고가이면서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만 인공 폐 역할을 해줄 체외막산소화장치(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ECMO)를 부착하기로 했다.

에크모는 급성심부전이나 급성호흡부전으로 심폐기능이 어려워져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에게 심장과 폐 기능을 지원해주는 일명 ‘인공심장’, ‘인공 폐’다. 그동안 많은 흡입화상 환자가 있었지만 에크모를 장착하기는 처음이었다.

지난 11일 오전 주치의인 조용석 교수와 순환기내과 한성우 교수가 A씨의 정맥과 정맥에 도관을 삽입하고 에크모 장치를 연결했다. 환자의 혈액을 외부로 빼내 순환시키면서 에크모로 이산화탄소는 배출시키고 산소를 공급했다.

에크모 덕분에 전체 장기와 조직에 혈액산소가 원활하게 도달했다. 심장근육을 대신해 혈액을 밀어내는 박동 역할도 해 낮아진 산소포화도가 높아지고 기능이 저하된 심장근육이 제 역할을 할 때까지 순환 기능을 유지토록 했다. 또 화상으로 신장 기능이 저하돼 신장내과 이정환 교수가 협진을 통해 환자 치료를 도왔다. 

시술이 끝나자 A씨의 산소 수치와 혈압은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호흡곤란증후군도 호전됐다. 조용석 교수는 며칠 동안 환자 상태를 지켜본 뒤 가피절제술, 동종피부이식술과 같은 본격적인 상처 치료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고 발생 현장에서부터 시작된 치료 ‘생존율 up'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화상도 제때, 빠른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져야 생존율과 치료율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중증화상환자는 1분 1초가 생과 사를 좌우한다.

얼마나 빨리 전문 의료기관에 도착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한 해 평균 화상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50만명에 육박한다. 중증화상환자 역시 2만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화상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10여 곳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 강원도, 전라도와 같은 일부 지역에는 화상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단 한 군데도 없다.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치료를 받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만 4~5시간 이상이 걸린다.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화상전문 의료기관이 전무하다. 특히 제주도는 섬이라 중증 화상환자 발생 시 후송에 어려움이 따른다. A씨 보호자 역시 후송방법을 찾다 여러 번의 좌절을 맞봤다.

1986년부터 화상환자의 치료를 담당해온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은 서울과 경기,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어느 곳에서 대형화재나 폭발사고가 발생해도 환자 후송이 가능하다.

지난 2월 119소방본부와 함께 MOU를 체결하고 화상환자 후송체계를 갖췄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화상전문 의료진이 직접 헬기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해 실시간적인 치료를 제공한다. 그 결과 올해에만 수십여명이 넘는 환자가 후송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한강성심병원 전욱 병원장은 “그동안 대형화재나 폭발사고 발생 시 지방에서 헬기로 화상환자를 후송한 적은 있지만 제주도, 특히 섬은 처음”이라며 “화상전문병원이 없는 지역이라 해도 3시간이면 전국 어느 지역이든 이송이 가능하다.Heli-EMS를 통해 화상환자들이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고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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