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방 중심으로 확산되던 분만실 폐쇄가 서울지역까지 현실화되고 있으며, 서울 5개구가 분만실 폐쇄 초읽기에 몰려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산의회) 회장은 21일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더 이상 지방 얘기가 아니다”라며 “서울지역까지 분만실 폐쇄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 전국 분만 의료기관 11년간 40% 감소…“10년 후 분만 인력 사라질 것”
현재 대한민국의 분만 인프라는 물적·인적 자원 모두 붕괴 현상을 겪고 있다.
▲ 향후 10년 내 분만 인력 공백 불가피
산부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54.4세이며, 전체 전문의 약 3분의 1은 60대를 넘어섰다.
반면 30대 이하 전문의는 11.6%에 불과하다.
2024년 3월 전공의 모집에서 산부인과 188명 모집에 지원자는 단 1명으로 지원율 0.5%라는 사상 최악의 기록이 나왔다.
향후 10년 내 숙련된 전문의들의 대거 은퇴가 예상되는 가운데 분만 인력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 전국 250개 시군구 중 72곳 분만 불가능
물적 인프라 역시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전국 분만 의료기관 수는 2013년 706곳에서 2024년 425곳으로 약 40% 감소했다.
전국 250개 시군구 중 72곳에는 산부인과가 아예 없거나 분만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충북 청주에서는 한 임신부가 75개 병원에서 이송을 거부당해 6시간 만에 진료를 받는 사례가 발생해 응급 분만 체계의 허술함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분만실 폐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석수 대의원회 간사, 이기철 부회장, 김재연 회장, 김진학 수석부회장, 조병구 총무이사, 김영신 대외협력이사)
◆ 분만 인프라 붕괴 3대 원인…저수가·사법리스크·정책 부실
산의회는 분만 인프라 붕괴 원인을 크게 3가지로 제시했다.
▲ 저수가와 불합리한 수가 체계
현재 수가 체계는 저출산으로 인한 분만 감소로 24시간 운영되는 분만실의 고정 비용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산의회 김재연 회장은 “의료사고 비용, 마취과 초빙료 등 복합적 비용은 병원 운영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 과도한 사법 리스크와 의료진의 형사적 부담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와 전공의가 분만 중 과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불가항력적 사고에도 불구하고 형사 기소라는 극단적 결과를 초래했다
김 회장은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에 대해 12억원, 유도분만 중 뇌손상에 대해 16억원, 신생아 사망에 대해 4억원 등 거액의 배상금이 의료진들을 분만실 폐쇄로 내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최근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한도를 3억원으로 상향하고 국가 부담률을 높였지만, 법원 판결 수준과 현장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의사회 판단이다.
정부가 불가항력 사고 배상을 10억원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불가항력 배상은 사실상 재판으로 가지 않고 의료분쟁조정원에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정원에서 10억 배상을 결정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언론플레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 정부 정책의 실효성 부족 및 현장 외면
정부의 기존 정책들이 저수가나 사법 리스크 같은 근본적 문제를 외면한 미봉책에 불과하는 지적이다.
저출산과 맞물린 분만 인프라 유지와 재건, 국민의 건강권 보존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것이다.

◆ 필수의료 회생 기금·국가 완전 책임제 등 대책 제시
산의회는 대책으로 △‘필수의료 회생 기금’ 조성 △공공정책수가 도입 △의료배상책임보험 의무화 지원 및 형사처벌 부담 완화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 완전 책임제 도입 △분만실 유지 기본 수가 신설 △고위험 분만 전담 기관 및 분만취약지 지원 강화를 제안했다.
김 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과실, 무과실의 구분보다 필수의료 부분에 대한 국가가 모든 배상 책임을 진다는 대원칙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다”라며, “안전한 분만 환경은 의료인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와 사회 전체의 공공적 책임이다. 국민의 건강과 미래 세대의 출산 기본권을 위해 정부의 즉각적이고 전폭적인 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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