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잇따라 사표를 내면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확인되면서 응급실 상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는 “응급실 진료가 일부 제한될 수 있지만, 완전히 문을 닫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인상 등 응급실 대책을 마련,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료 붕괴로 대도시의 권역응급의료센터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라며, “중증·응급·외상환자를 더 잘 치료하게 도와야 할 정부가 응급실을 절단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 의협 최안나 대변인은 지난 22일 의협 회관에서 진행한 ‘의료현안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상계백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도 제대로 진료를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여전히 (응급실 진료 차질이) 일부 병원의 문제라며 국민을 속이고 있다.”라며, “곧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현장에 있는 의사의 걱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무너진 의료를 정상화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주대병원 업무차질 “남은 의료진은 죽어간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 중 절반인 7명이 사표를 냈다.
이미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실의 경우 수요일과 토요일엔 초중증 환자만 받는 ‘축소 진료’를 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응급실 내원 환자는 하루 60~70명이고, 이 중 절반은 입원할 정도로 중환자가 많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일부 요일에 소아응급실에서 축소 진료를 하는 것 외에 현장의 차질은 없다. 사직서를 제출한 의료진을 대상으로 설득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이 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쉬운 환자가 한 명도 없다. 남은 의료진은 죽어간다.”라고 호소했다.
(사진 :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대기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병상 축소 없이 운영되는 응급실 94%
정부에 따르면 현재 병상 축소 없이 운영되는 응급실은 전체 408개소의 94%(383개소)이다.
8월 셋째주 응급실 평균 내원환자는 1만 9,784명으로 평시의 111% 수준이다.
그중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 1∼2에 해당하는 중증환자는 전주 대비 5.3% 증가한 1,522명으로 평시의 103.6%다.
증등증(경증에서 중증 사이) 환자는 전주 대비 2.3% 증가한 9,721명으로 평시의 119.5%, 경증 환자는 전주 대비 1.7% 증가한 8,541명으로 평시의 103.1% 수준이다.
◆목포한국병원, 일산병원 등 일부 운영 불가 VS. 천안시 정상 가동중
의협에 따르면 주요 병원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목포한국병원(전남권역응급의료센터)
목포한국병원(전남권역응급의료센터)은 기관지 응급내시경이 불가능하고, 성인과 영유아 모두 영상의학 혈관 중재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경기도 권역응급의료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경기도 권역응급의료센터)은 △흉부와 복부 대동맥 응급질환 불가능, △담낭담관질환 불가능, △영유아 장중첩, 폐색 치료 불가능, △사지접합치료 불가능, △기관지 응급내시경 등이 불가능한 것으로 제시됐다.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 축소’ 운영…8월 12건의 응급환자 이송 요청 못받아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지난 1일부터 매주 목요일 성인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거나 축소 운영중이다.
기존 15명(교수 3명, 전문의 12명)으로 운영되던 응급의료센터는 최근 전문의 4명이 사직하며 인력난을 겪고 있지만, 의료진 충원 여부가 불투명해 다음 달에도 축소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세종충남대병원은 8월에 진료과 부재 문제로 모두 12건의 응급환자 이송 요청을 받지 못했다.
▲천안시 4개 응급의료기관, 24시간 비상 진료체계 유지
반면 충남 천안의 4개 종합병원 응급실은 모두 정상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됐다.
천안시는 “단국대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천안의료원, 충무병원 등 4개 종합병원의 응급실이 24시간 가동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중증 환아의 경우 단국대, 순천향대 천안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경증 환아는 김종인소아청소년과의원, 두정이진병원 등 2곳의 ‘달빛어린이병원’이 맡고 있는 설명이다.
▲충북대병원, 속초의료원 ‘정상 운영’
복지부에 따르면 충북대병원은 8월 10일과 14일 비상 운영 이후 15일부터는 정상 운영 중이다.
속초의료원도 지난 7월 일주일 동안 차질을 빚었다가 26일부터는 응급실 운영이 정상화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응급실 ‘22곳서 거절’
이런 가운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오른쪽 이마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이고 출연해 현재 응급실의 대표적인 상황을 소개했다.
김 전 위원장은 “새벽에 잘못하다가 넘어져서 이마가 깨졌다. 119가 와서 피투성이가 된 사람을 일으켜서 응급실에 가려고 22군데를 전화했는데도 안 받아줬다.”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결국 자주 다니던 병원 응급실로 갔지만, 이번엔 의사가 없었다.
그는 “겨우겨우 옛날에 자주 다니던 병원에 가서 신분을 밝히고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가 아무도 없었다.”라며, “(이런 경험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어렵게 찾은 응급실에서 이마 약 8㎝를 꿰맸다.
그는 “이번에 의대 증원 문제를 가지고 의료대란이 나서 우리나라 의료체제에 적잖은 손상이 올 수 있는 우려가 있다.”라며, “이것이 무너졌을 적에는 정권 자체도 유지하기 힘들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서 과연 의료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자기가 모르는 걸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이려고 하니 여러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회장은 이 사례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전공노 “‘응급실 뺑뺑이’ 더 악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이하 전공노)도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상반기에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에 이른 국민이 벌써 지난해 전체를 넘어섰다.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이 발표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응급환자들의 병원 선정과 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 및 수용 거부 사태로 인해 이들의 생명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됐다. 응급환자의 죽음을 방치하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를 규탄한다.”라고 덧붙였다.
전공노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쓰러진 40대 응급환자가 14곳의 병원을 돌다가 입원하지 못하고 끝내 구급차에서 사망, ▲7월 31일에는 공사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환자가 병원 약 10곳을 돌아다녔지만,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 ▲지난 8월 15일 충북 진천군에서도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가 결국 응급실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결국 구급차 안에서 출산했다.
전공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 개선, ▲구급대원에게 실질적인 병원 선정 권한 부여, ▲응급의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 및 개혁, ▲구급대원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 최소화와 응급실 과밀화 해소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방청은 보건의료당국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과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의협, 응급의료 살릴 정책 즉각 반영 촉구…3대 요구사항 제시
의협 최안나 대변인은 지난 22일 의협 회관에서 진행한 ‘의료현안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본인이 일으킨 응급의료 붕괴 상황에 대해 아무런 반성과 사과 없이 말뿐인 대책(응급의료 현장 의료진에 대한 지원 강화 대책과 경증환자를 지역 병의원으로 분산하는 내용의 응급실 진료 공백 해소 방안 발표)을 쏟아냈다.”라며, “졸속 정책 추진을 일삼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즉각 중단하고, 9.4 의정합의에 따라 의정 간 실효성 있는 대화를 시작으로 이 사태의 해결 물꼬를 터줄 것을 재차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응급의료를 살리기 위해 대표적인 3가지 요구 사항들을 정책에 즉각 반영 해주길 촉구했다.
▲응급의료 참여 의료진, 법적 책임 면제 등
우선 응급의료 참여 의료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최고액 제한을 요구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신속한 응급 의료제공 중 발생한 문제에 대해 개별 의료진이 엄중히 추궁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에 법적 책임에 대한 면책 방안을 담은 필수의료사고특례법 제정 등을 통해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의료인에게 폭력 등을 행사한 경우에는 진료를 거부 할 수 있도록 법률을 제정하거나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
▲고강도 업무 의료진들에 적절한 보상과 지원 필요
수가 및 보상체계 개선을 통해 고강도 업무에 시달리는 의료진들에 대해 적절한 보상과 지원을 해야 한다.
한시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 진료(KTAS 1~3등급) 전문의 진찰료와 지역응급의료기관 응급진찰료를 상시화 및 제도화하고 일반적인 초·재진 진찰료와 같이 야간/공휴일에는 가산 적용하여 의료진들에게 와닿을 수 있을 정도의 보상책을 제공해야 한다.
▲수련보조수당 지원 등
그동안 고강도의 노동에 시달려왔던 응급의학과 전공의들과 전임의들을 지원책으로 수련보조수당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들이 숨통을 트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의협은 “이렇게 현장의 의견이 반영이 될 때 비로소 응급의료의 파멸을 막고, 대한민국의 의료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응급의료를 살릴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정부도 상기하여 해당 제안들을 정책에 즉각 반영해 주길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 9월 중 전문의 진찰료 추가 상향 등 응급실 대책 마련
이런 가운데 정부는 중증·응급환자의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경증 환자를 지역 병의원으로 분산하는 대책을 마련, 추진한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지난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증과 비응급 환자는 약 42%로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응급실을 방문한 코로나19 환자의 95% 이상은 중등증 이하의 환자로, 지역 병의원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전공의들이 이탈한 약 500명 정도의 공백을 메우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응급환자가 현재 늘어나는 상황이 되다 보니 각 지역 응급실을 포함해 인력난이 있다. 지역응급실의 인력도 부족하지만, 사실 중증 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권역센터나 상급병원의 인력 부족이 무엇보다 더 중요해서 그쪽 인력이 하방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는 데 중점을 뒀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응급실 전문의가 환자를 진찰하는 경우 적용한 진찰료 100% 가산 금액에 대한 추가 상향을 추진한다.
경증환자는 지역 병의원으로 분산해 응급실 과밀화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박 차관은 “경증환자가 큰 병원에 쏠리는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본인부담으로 조정할 수 있겠지만 환자들이 지역에 있는 2차급 병원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나갈 수 있도록 상급병원에 대한 구조전환과 함께 지역의 병원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는 조치들이 함께 이뤄져서 중등증 이하, 경증의 경우 지역병원에 가도 상급병원에 가는 것 이상으로 훨씬 서비스의 질이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환자가 (대형병원에)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대한응급의학회 김인병 이사장 “응급실 연쇄 셧다운” 가능성
대한응급의학회 김인병 이사장은 “이미 대부분 응급실이 해당 병원에서 수술을 한 기존 환자 위주로 받고 있고, 신규 환자나 전원(병원을 옮기는) 환자는 못 받고 있다.”라며, “9월이 되면 코로나가 정점을 찍어 환자들이 더 몰릴 것이고, 필수 진료과 의사들이 대거 쉬는 추석 연휴도 있기 때문에 응급실 연쇄 셧다운(운영 중단)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시적 의료소송 면제 같은 특단의 대책이 당장 나와야 한다. 더는 ‘검토하겠다’ ‘논의하겠다’와 같은 모호한 발표가 아닌 ‘오늘부터 당장 시행한다’는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며, “정부는 이러한 의료계의 쓴소리를 받아들여, 스스로 무너뜨린 의료를 더 이상 일부 병원의 일시적 현상이라는 거짓말로 회피하지 말고 당장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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