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의 아기와 여행을 통해 교감을 나누고 추억을 쌓는 태교여행이 임산부들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로 정착된 듯하다. 좀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국내보다 해외를 선호하여 해외로 떠나는 임산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산부의 해외여행 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고자 한다.
◆임신 시 해외여행을 하기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
합병증이 없는 건강한 임산부는 누구든지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다. 임산부 여행의 최적의 시기는 임신 중기 14주~28주이다.
임신 중기는 임신초기 유산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입덧의 고통에서 회복된 상태이며 임신 후반기보다 조산의 위험성이 낮기 때문이다.
고혈압, 폐질환, 당뇨 등의 내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조산의 과거력, 자궁경부 무력증, 쌍둥이 임신 등 산과적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산과 전문의와 여행의 가능성, 위험도에 대한 세심한 상담이 필요하겠다.
◆장시간의 비행기탑승, 임산부와 태아에 나쁜 영향은 없을까?
산과적 위험요인이 없는 건강한 임산부는 임신 36주까지 비행기 탑승이 가능하다. 항공사마다 임산부의 탑승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탑승 가능한 임신 주수에 대해 여행준비 전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비행기 탑승에 대한 걱정은 크게 소음, 난기류, 우주방사선, 낮은 산소압, 정맥혈전색전증의 발생에 관한 것이다. 비행탑승 시 겪는 소음, 우주방사선은 산모와 태아에 유해한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고도(5000~ 8000피트)의 기내는 산소압이 감소하여 저산소증이 초래된다.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의 경우 이러한 저산소증에 생리적으로 적응하여 특별한 문제가 없다.
또 산소압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태아 헤모글로빈의 높은 산소 친화도 때문에 태반을 통한 태아의 산소공급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정상적인 임신은 응고인자의 증가에 따른 응고항진 상태를 유지하여 임신을 안 했을 때에 비해 정맥혈전색전증이 5~10배 높은 빈도로 발생할 수 있다. 임산부의 장시간 비행은 하지의 정맥울혈 및 활동제한으로 인한 정맥혈전색전증의 발생 위험도가 더 높아진다.
장시간의 비행 시 주의사항은 아래와 같다.
가능한 복도 측 좌석에 착석한다. 일어나서 기내를 걷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고 다리 스트레칭을 자주 한다.
예상치 못한 난기류에 대비해 좌석에서는 반드시 안전벨트를 맨다. 안전벨트는 배 아래쪽 허벅지를 통과하도록 단단히 고정한다.
몸에 꽉 끼는 옷보다 다소 여유 있는 편안한 옷차림이 좋다. 하지정맥 혈전예방을 위해 특수 스타킹을 신을 수도 있다.
탄산음료를 피하고 건조한 기내공기로 인한 탈수예방을 위해 물을 자주 마신다.
◆어디로 떠날 것인가? 해외 여행지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은 무엇일까?
임신 시 해외여행은 태아에 대한 걱정 때문에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임산부의 해외여행 시 안전한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산부들이 피해야 할 여행지로는 말라리아 및 E형간염 유행지역, 지카바이러스 전파지역, 인플루엔자 및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지역, 테러 위험지역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정 여행지와 관련된 수인성 및 식품매개 감염병과 모기매개성 감염병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인성 및 식품매개 전염병으로는 여행자 설사, A형간염, E형간염, 장티푸스, 리스테리아증, 톡소포자충증 등이 있다.
A, E형간염, 리스테리아증, 톡소포자충증은 조산, 태아사망, 유산, 태아기형 등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기매개성 질환으로 지카바이러스,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 일본 뇌염 등이 있다. 임산부들은 호흡 시 증가되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높아진 피부온도로 모기물림에 더 취약하다.
모기매개성 전염병은 유산, 조산, 태아사망, 주산기 합병증의 증가로 불량한 임신예후를 초래하므로 가급적 위험지역의 여행을 자제하거나 불가피한 경우 모기물림에 대한 철저한 예방조치 및 예방접종을 하도록 한다.
최근 태아의 소두증 및 뇌위축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바이러스의 경우 임신 주수에 상관없이 감염이 되면 태아 중추신경계 이상을 유발할 수 있고, 감염자의 성관계를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현재까지 없기 때문에 유행지역의 여행은 자제하여야 한다.
안전한 여행을 위한 여행지에서의 주의사항은 아래와 같다.
응급상황을 대비하여 여행지 숙소 주변의 병원시설을 검색하고 위치를 파악해 둔다.
에어컨 및 방충망 시설이 잘 갖추어진 호텔급 숙소에서 숙박하도록 한다.
고온에서의 장시간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스쿠버다이빙의 수중레저 활동을 하지 않도록 한다.
모기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모기장, 기피제 사용, 긴소매, 긴 바지를 입어 노출 부위를 최소화 한다.
생수 보다 더욱 안전한 끊인 물을 마시고 충분히 익힌 고기나 생선을 먹는다.
손 씻기 및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안전한 음식을 섭취하도록 한다.
의사와 상담을 통한 위장약, 변비약, 두통약 등의 상비약을 준비한다.
임산부의 해외여행 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모와 태아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장시간의 비행 및 여행지에서의 주의사항을 숙지한다면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