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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글로리아, 쇳조각 삼킨 후 세브란스병원에서 새 생명 찾아 - 두 차례 수술 후 건강 찾고, 가족 품으로
  • 기사등록 2020-10-03 00: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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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던 남수단 어린아이가 세브란스병원의 초청을 받아 이집트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미 식도를 뚫고 나온 쇳조각은 기관지를 뚫고 대동맥궁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경우였다. 의료진들은 살아있는게 기적이라고 말했다.
약 2.5cm의 쇳조각을 삼킨 남수단 글로리아 간디(4, 여)는 두 차례의 수술을 마치고 지난 9월 30일 퇴원했다.
지난해 7월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한 글로리아. 통증으로 잠도 잘 자지 못했다. 인근 병원에서 X-ray 검사한 결과 가슴에서 쇳조각이 발견됐다. 의사는 내시경으로 쇳조각을 꺼내기 어렵다며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수단에서는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항공료와 수술비 12만 파운드(약 920달러)와 1,000달러를 마련한 아버지 톰베 간디씨는 글로리아를 데리고 수단으로 향했지만 수단의 병원에서도 수술이 힘들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수술을 해보자고 한 병원에서는 수술로 쇳조각을 꺼내려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글로리아의 오른쪽 옆구리에는 커다란 수술 자국이 남았다.
수술과 입원비로 쓰고 남은 돈은 200달러가 전부였다. 그렇다고 치료를 포기할 수 없었다. 간디씨는 글로리아를 데리고 의료 시설이 갖춰진 이집트로 향했다. 버스로 만 이틀을 달려 도착한 이집트 병원에서도 쇳조각이 식도를 뚫고 나와 수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돈이 없어 수술을 받을 수 없었고, 선교사가 수술을 위해 이집트의 여러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집트 병원에서는 수술이 힘들다는 말만 들었다.
이런 글로리아의 소식은 여러 선교사를 통해 세브란스병원에 전달됐고, 현지에서 검사한 자료로 글로리아의 상태를 확인한 흉부외과에서는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의견을 보냈다.


이후 어려움을 겪은 후 5월 5일 어린이날. 글로리아와 간디씨는 한국땅을 밟았다.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박성용 교수는 영상의학과와 소아호흡기알레르기과, 소아외과, 소아심장혈관외과 등 관련 과와의 협진을 통해 글로리아의 상태를 파악하고 수술 계획을 세웠다.
박성용 교수는 좌측 개흉술을 통해 주기관지를 절개하고 대동맥을 비켜 손상된 조직에서 쇳조각을 무사히 제거했다. 쇳조각은 나사나 볼트를 조일 때 사용하는 와셔(washer)였다. 쇳조각이 식도를 뚫고 나와 주기관지의 뒷벽을 완전히 녹였고, 이로 인해 좌측 기관지 대부분이 손상됐으며 기관지 입구가 좁아져 있었다.
박 교수는 손상이 많이 돼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좌측 기관지와 식도와 기관지 사이의 약 5mm 누공(瘻孔)을 봉합했다.

수술 후 염증도 줄어들었고 호흡에도 무리가 없었다. 쇠붙이를 제거한 부위도 잘 아물었다. 그러나 식도와 기관지 사이의 누공은 오랫동안 손상된 조직이라 완전히 아물지 않아 1mm 크기로 남아있었다. 이 부위로 음식물이 기관지로 넘어가서 반복적으로 흡인이 일어나 글로리아는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박성용 교수는 소화기내과와 내시경 시술을 통해 1mm 누공을 봉합하려 했지만, 복구가 되지 않아 결국 2차 수술에 들어갔다.
박 교수와 소아외과 호인걸 교수는 쇳조각으로 녹아버린 기관지 뒷벽을 식도벽을 사용해 새로 만들어 재건했다. 남아있는 1mm 크기의 누공은 기관지 사이 근육을 사용해 다시 봉합하고, 잘려진 2cm 길이의 식도는 당겨서 어어 붙였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했다. 갑자기 분당 55회로 호흡수가 빨라지고 심박수도 160~170으로 빨랐다.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소아호흡기알레르기과 김경원 교수는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오랜 기간 쇳조각에 눌려서 녹아버린 좌측 기관지는 좁고 폐도 약해진 상태였다”며, “안정을 찾으면서 기관지와 폐도 호전되었고, 음식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2주간의 회복기간을 거쳐 글로리아는 정상적으로 호흡하고 식사도 가능하게 됐다.
박성용 교수는 “쇳조각을 삼키고 세브란스병원으로 올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기적이다. 글로리아가 힘든 수술을 견디고 건강을 되찾아 수술을 집도한 의사로 보람을 느낀다”며, “글로리아를 치료하기 위한 아버지의 헌신과 글로리아를 위해 함께 치료 방침을 상의하고 헌신적으로 치료해 준 의료진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다”고 말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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