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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수술이 필요한 이유는?…‘수술 중 각성’과는 달라 - 위치에 따른 뇌 기능이 100% 동일하지 않아
  • 기사등록 2019-09-19 02: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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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수술(Awake surgery)은 뇌의 중요 부위를 수술할 때 환자를 수술 중간에 깨워 환자의 신경학적 증상을 확인하면서 진행하는 수술이다. 

이는 ‘수술 중 각성’과는 엄연히 다르다. 각성수술이 수술에 도움을 주기 위해 수술 중 의도적으로 환자를 깨우는 것이라면, 수술 중 각성은 비의도적으로 환자가 수술 중 깨는 현상을 말한다. 당연히 수술 중 각성은 환자가 깨어 있는 것을 수술 의사나 마취과 의사가 알지 못하고 수술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윤완수 교수는 “각성수술의 목적은 환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신경학적 손상 이내에서 종양을 제거하는 데 있다”며, “만약 환자가 양궁선수이고 본인이 언어기능은 포기하더라도 활쏘기 기능은 유지되기를 원한다면, 그 타협점을 의사와 환자가 동의했다면 드라마 장면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각성수술이 필요한 이유는?

넓은 의미에서 국소 마취 하에 진행하는 모든 수술이 각성수술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대개는 뇌종양 수술 중 환자를 각성 상태로 만들어 브레인 매핑(brain mapping, 뇌 지도화)을 거친 후 종양을 제거하는 것을 각성수술이라고 한다. 

각성수술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위치에 따른 뇌 기능이 100%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사람의 뇌는 발달을 하는 동안 학습, 기억, 경험 등을 거치며 각각의 뉴런(neuron, 신경세포)이 연결되면서 체계화돼 완성된다. 하지만 각 개인별로 뇌의 발달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뇌의 각 영역의 기능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동일하지는 않다. 특히 인지 및 언어기능과 같은 상위 뇌기능은 각 개인별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뇌종양 중 신경 교종은 정상 뇌 조직에 침윤을 보이고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 각성수술이 필요하다. 또한 일부 전이성 종양이나 혈관종도 중요 신경에 인접하는 경우에는 각성수술을 시행한다. 


◆종양과 신경학적 기능의 손상 사이에서 타협점 결정 가능 

각성수술은 브레인 매핑 후 종양 주위의 뇌 기능을 확인한 뒤 종양을 제거한다. 이때 브레인 매핑은 개인별로 차이를 보이는 뇌 기능을 전기 자극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과정으로, 경계가 모호한 신경 교종을 제거할 때 종양 주위 신경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종양과 신경학적 기능의 손상 사이에서 타협점을 결정할 수 있다. 신경 교종의 경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넓은 범위까지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종양 제거 후 영구적 신경기능의 장애는 누구도 원치 않는다. 다행히 수술 후 신경학적 장애를 보인 많은 환자에서 재활 치료 등을 통해 장애가 일부분 회복된다. 

따라서 종양 제거 중 일부 신경학적 장애가 나타나더라도 이것이 향후 재활치료를 통해 회복될 수 있을 정도이거나 종양을 더 제거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이득 된다고 판단된다면, 종양을 더 광범위하게 제거할 수 있다. 이처럼 종양의 제거와 신경학적 손상 사이에서 타협점에 대한 판단은 각성수술 시에만 가능하다. 

윤완수 교수는 “뇌종양이 처음 발견됐을 때 의사는 대개 종양의 치료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만, 환자나 보호자는 정상적인 뇌기능이 유지될지에 더 많은 걱정을 한다. 악성 뇌종양을 진단 받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사망에 이를 때까지 사람답게 살기를 원한다. 기억력이 유지되고 가족과 웃고 이야기하며 혼자서 활동하기를 바란다. 또 뇌암종이 안전하게 많이 제거되기를 원한다”며, “각성수술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수술 중 환자는 자신의 병의 치료에 일정 부분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각성 수술은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연령이나 성별과 상관없다”며, “수술 과정이 두렵고 수술 중 깨어 있는 것이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지만, 뇌수술 후 최소한의 후유증과 빠른 회복은 각성수술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경학적 후유증 최소화 매우 유용한 방법

각성수술은 수술 전 환자와 보호자에게 각성 수술의 필요성과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한 후 환자의 신경학적 기능(운동기능, 감각기능, 언어, 기억력, 공간인지, 정신화, 집중력, 인지기능 등)을 전체적으로 미리 확인하고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후 수술 하루 전날, 수술 중 확인이 필요한 신경학적 기능을 재확인하고 수술의 진행과정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하고 미리 연습을 시킨다. 수술은 수면 또는 전신마취 하에서 시작하고 뇌를 완전히 노출 시킨 후 환자를 깨우게 된다. 환자가 충분히 각성상태에 이르면 뇌의 전기 자극을 통해 브레인 매핑을 먼저 시행해 수술 부위의 뇌 기능에 대해 확인한다. 이후 종양의 위치와 브레인 매핑의 결과를 비교해 종양 제거 시작 부위를 결정하고, 이어 종양을 제거하면서 신경학적 기능의 변화 여부를 확인한다. 

종양 제거 중 신경학적 기능이 일부 변화를 보이면 수술을 멈추고 환자에게 이를 설명 후 종양의 추가 제거여부를 결정한다. 종양 제거술이 완료되면 환자를 다시 수면 또는 전신마취 시키고 수술 부위를 봉합하고 마무리한다. 

윤 교수는 “우리의 얼굴이 각자 다른 것처럼 뇌의 기능과 관련된 영역은 아직 일반화 할 수 없다.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다”며, “최근에는 뇌의 기능을 dynamic concept(동적인 개념)로 바라보고, 각각의 영역에 대한 이해보다는 connectome(커넥톰, 한 개체 내 신경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신경 세포들이 서로 연결된 연결망에 대한 전체적 지도)으로 뇌를 이해하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각성수술은 신경학적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디컬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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